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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èle Lamore - Loom (XXIM, 2022)

komeda 2022. 2. 18. 23:18

미국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계 작곡가 Uèle Lamore의 앨범. 아직 20대 후반인 우엘레는 London Contemporary Orchestra의 부지휘자로 재직 중이며 현대 클래식 분야에서 활동 중인 음악인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첫 데뷔 앨범인 이번 작업에서 우엘레는 오늘날의 다양한 장르를 종합하는 듯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데, 일렉트로닉, 신스 사운드, 테크노, 록 등을 결합한 총체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이는 그동안 EP나 OST에서 선보였던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더욱더 체계화하는 동시에 오케스트레이션의 규범을 다양한 현대 장르의 요소에 적용하여 종합적인 표현을 완성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최근 현대 작곡이나 모던 클래시컬에서 통념적으로 활용하는 미니멀리즘 대신 맥시멀리즘을 추구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을 결합해 “심포닉 포엠의 모델”을 완성하고자 하는 우엘라의 야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앨범에는 언급한 장르의 다양한 하위분류들을 광범위하게 망라하고 이를 조합하고 있어, 각각의 곡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강하게 내포한다. 대조적인 성격을 지닌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와 그 효과들이 모든 공간을 가득 채우고 핵심을 이루는 연주 또한 급격하고 예측하기 힘든 변주와 변위를 거듭하는 복합적인 진행을 보여준다. 때로는 현대 작곡의 실험적 대위와 충돌을 극단으로 이끌어가는가 하면, 어느 순간 대중적 취향의 보컬 피처링이 등장하는 등, 앨범의 구성 또한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모듈러 신서사이저 특유의 공진을 비롯해 보코더, 샘플러, 아르페지에이터 등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장치들은 물론, 고전적인 관악 및 현악기와 보컬을 포함한 매우 다양한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각각의 곡마다 특징을 이루는 핵심적인 소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장르적 요소의 선택과 결합에 대한 탁월한 재능과 더불어 뛰어난 사운드 큐레이팅 능력도 엿볼 수 있다. 장르적 요소와 사운드는 물론 극적인 진행은 기존 전자음악이나 모던 클래시컬에서 흔히 보던 레이어링과는 다른, 치밀한 작곡과 편곡을 통해 완성된 통합적 구성이라 화려하면서도 다채로운 공간적 밀도감을 경험하게 한다. 여기에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감성 또한 앨범을 계속해서 귀 기울이게 되는 흥미로운 요인일 것이다.

 

202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