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ctor Hernández Stumpfhauser - Somos (Maisie, 2021)
멕시코 영화음악가 겸 작곡가 Victor Hernández Stumpfhauser의 OST 앨범. 이번 작업은 최근 국내에서는 '우리는 보았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Somos (2021)를 위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멕시코의 작은 마을 아옌데에서 있었던 실재 비극을 모티브로 제작된 시리즈에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공간과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만 등장한다. 드라마는 애써 무엇인가를 연관 지으려 하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고 단지 각각의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일들과 상황만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드라마의 시선은 물방울 하나 없을 만큼 무척 건조하여 갈등, 분노, 기쁨은 물론 풋풋한 사랑의 순간에서도 아무런 감정의 이입 없이 그냥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충격적인 순간조차 아무런 동요 없이 그저 무덤덤하게 시청하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서서히 올라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어쩌면 이 느낌은 오래 지속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음악 또한 드라마의 이와 같은 건조한 시선을 따라가고 있다. 몇 개의 핵심적인 테마들을 중심으로 각각의 상황에 맞는 변주를 통해 극에 개입하지만, 그 어떠한 묘사적인 역할이나 극적 표현을 배제한 음악 그 자체로 기능하려는 듯한 소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마리아치를 연상하게 하는 브라스, 기타, 스트링 등과 같은 연주 악기들을 전면에 활용하고 있지만 그 분위기는 고전적인 실내악에 가까운 무거운 내밀함을 연출하고 있다. 기본적인 몇 개의 테마들이 각기 다른 악기의 편성으로 변주를 이루는데 이는 마치 인물 혹은 사건과의 관계를 반영하고 다가올 비극을 암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드라마의 시선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이는 마치 무뎌진 슬픔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부 트랙에서 문을 여닫거나 자동차가 지나가는 잡음이 미세하게 들려 감상의 흐름을 빼앗기는 순간이 있었지만, 드라마를 보고 느꼈던 결말 이후의 먹먹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