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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ten - Thaw (JazzLab, 2022)

komeda 2022. 5. 15. 18:14

독일 출신 뮤지션들로 구성된 4인조 그룹 Welten의 앨범. 2010년대 중반 결성된 벨텐은 색소폰/클라리넷 Laurenz Welten을 중심으로 플루트/색소폰 Lukas Backs, 키보드/신서사이저 Valentin Mühlberger, 드럼/퍼커션 Jonas Petry 등을 멤버로 하고 있으며, 재즈의 기본적인 언어와 표현을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장르적 유형과 복합적인 스타일을 유연하게 융합한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본인들은 “일렉트로-어쿠스틱-다이내믹 사운드 무브먼트”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한 사람의 뮤지션이 여러 기본 악기를 연주하며 복합적인 구성을 지닌 음향 공간을 연출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통합하여 자신들만의 유연한 장르적 표현을 완성하는 특징을 집약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보다 큰 매력으로 전달되는 것은 이와 같은 유연한 표현을 각각 곡에 알맞은 명료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통해 구성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벨텐이 발표한 앨범들은 이와 같은 특징을 조금씩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번 작업에서도 자신들의 독특한 사운드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분위기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있다. 멤버들의 고른 참여로 완성된 작곡은 어느 한 공간의 절대적 우위를 염두에 두지 않는 균일한 대칭과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을 이루는 방식으로 나름의 다이내믹을 연출하기도 한다. 무그 혹은 월리처 특유의 사운드가 퍼커시브 한 타악의 공간과 대질을 이루며 독특한 몽환을 연출하는가 하면, 두 개의 다른 관악기의 대비로 완성되는 대위적 진행은 서정적 향수를 유도하기도 하는 등, 이들은 각각의 곡에 적합한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의 상호 관계를 통해 진행을 이끌어간다. 넓은 공간을 화려하게 담아내기보다는, 핵심을 이루는 상징적인 사운드를 활용하고 정교한 구성으로 명료하게 이야기가 전달되도록 진행을 이끌어가는데, 때로는 하나의 단일 악기만으로 스테이지를 채우는 절제된 모습도 쉽게 관찰된다. 실제로 이들은 넓은 스테레오 공간 대신, 마치 영화관에서 정확히 필요한 정도 크기의 스크린에 투사된 화면을 보는 듯한 이미지로 전달되는데, 그만큼 사운드의 위상이나 구성은 음악적 미장센을 떠올리게 할 만큼 치밀하고 정교하다. 이와 같은 특징은 각각의 곡에 담긴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와 만나면서, 마치 압축적인 이야기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 단편 영화와 같은 모습으로 전달된다. 작곡의 의도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를 다양한 사운드의 유연한 조합으로 풀어가고 있어 절대 지루하지 않으며, 과잉이나 과장 없는 담백하고 진솔한 표현으로 전달하고 있어 편안한 몰입을 유도한다. 물론 이 안에 담긴 풍부한 감수성 또한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