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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Ryan Fritch - Built Upon a Fearful Void (Lost Tribe Sound, 2021)

komeda 2021. 11. 23. 17:19

미국 작곡가 William Ryan Fritch의 앨범. 2008년 데뷔 이후 매년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덕분에 지금까지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뮤지션이기에 그의 음악을 단순하게 요약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매체에서도 윌리엄은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동시에 꾸준히 개인 작업을 선보이는 왕성한 창작 의지를 드러내는 작곡가 겸 연주자임은 분명하다. 클래식과 포크 등에 기반을 둔 다면적인 음악적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얽힌 선율들로 조합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쿠스틱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무척 미묘한 음악적 질감을 완성한다. 다분히 실험적인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사운드의 텍스쳐는 음악의 복합적 구성으로 인해 정서적 질감처럼 전달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번 작업 역시 이러한 윌리엄의 특징들이 잘 반영되어 있다. 특히 이번 앨범의 경우 세상에 선보이기까지 8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전해지는데, 1년에도 몇 편의 작업을 발표하는 다작의 작가에게 이 기간은 무척 이례적인 것으로, 녹음본 분실, 침수, 하드 디스크 고장 등의 우여곡절 끝에 낡은 테이프에 저장되어 있던 옛 음원을 새로 녹음해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이번 앨범을 통해 윌리엄의 예전 아이디어와 현재의 표현을 종합한 음악을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오늘날 작가가 지닌 총체적 이면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된다. 어쩌면 지금까지 윌리엄이 현실의 침울감을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를 복합적으로 구성해 표현해왔다는 일련의 연속성도 이유일 수도 있고, 이번 앨범의 경우 그 다면적인 양식적 표현을 두 개의 디스크로 구분해 나누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하게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첫 번째 디스크의 경우 고전적인 현악기를 비롯해 페달 스틸 기타, 벤조 등과 같은 연주 악기를 이용해 주로 민속적인 분위기를 내면화한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면, 두 번째의 경우 파이프 오르간, 보이스에 복합적인 질감의 패드 사운드를 주로 이용해 고전적인 에소테릭 한 분위기의 앰비언스를 연출한다는 차이를 보여준다. 두 개의 디스크가 드러내는 상이한 표현과 접근에도 불구하고 윌리엄의 지난 작업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어느 것 하나 그의 라이브러리에 포함되기에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그만의 고유한 특징이 반영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정서적 질감으로 전달되는 공허와 우울의 미학이 담긴 가장 윌리엄다운 앨범이다.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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