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Ryan Fritch - Freeland (Lost Tribe Sound, 2021)
미국 작곡가 William Ryan Fritch의 OST 앨범. 윌리엄의 개인 앨범도 당연히 매력적이지만 영화나 영상 분야와 관련해 그가 기여하는 작업은 이제 주요 영화제에서도 거명이 될 만큼 높은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작년에 발표된 영화 Freeland (2020)는 소규모로 대마초를 재배하는 나이 든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있는데, 관련 제조물의 합법화와 그 이면에 알려지지 않은 산업화의 논리가 어떻게 그녀가 지금까지 가꿔온 삶과 생계를 위협하는 제도가 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의 뛰어난 연기와 더불어 많은 호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앨범의 수익금 일부는 합법화에 따른 법적 허들을 넘지 못하는 소규모 재배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를 위해 작곡된 음악들은 거칠지만 풍부한 톤을 갖고 있으면서도 형식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비옥한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하기라도 하는 듯한 작곡가의 전략적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윌리엄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아날로그 연주 악기들의 사운드를 활용하여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보여준다. 금관악기는 공기처럼 스산하고, 현악기는 날 선 현실을 묘사하는 듯하며, 타악기는 서서히 다가오는 절망을 그리는 듯하다. 일부 몇몇 트랙들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묘사적 톤이 지배적인데, 다분히 의도적으로 서로 대비를 이루는 질감들을 하나의 공간에 묶어 둠으로써 감정적으로 도발을 해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 악기의 사운드이기 때문에 음악을 통해 전해지는 느낌 또한 무척 현실적이다. 앨범은 일련의 내러티브 형식에 맞춰진 진행을 보이는데, 이는 영화의 스토리 전개와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직설적인 사운드와 그 텍스쳐로 우리의 감정의 문을 쉽게 여는 것을 보면 이번 작업 역시 윌리엄의 것임은 틀림이 없다.
202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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