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ena Eckemoff – Glass Song (L&H, 2013)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옐레나 에케모프의 트리오 앨범. 에케모프의 홈페이지를 보면 그녀가 자신의 재능과 경력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 신동이었고, 음악 영재 전문 교육기관을 다녔고, 키신으로부터 사사를 받았고, 클래식과 재즈에 걸친 다양한 경력들에 대해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이 궁금했던 것은 Arild Andersen과 Peter Erskine의 이름이 이 앨범에 등장했기 때문이고, 그녀의 전 앨범들에서는 Mads Vinding / Peter Erskine (Cold Sun, 2009), Mats Eilertsen / Marilyn Mazur (Forget-me-Not, 2011) 등과 트리오로 녹음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듯이 이 앨범들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ECM 스타일을 답습하고 있다. 특히 안데르센과 어스킨이 참여한 이번 앨범에서는 그 특징이 더하다. 분할된 각자의 공간 안에서 진행되는 자율적인 프레이즈, 모달에 기초한 조성의 변화, 그리고 투명하게 조율되는 사운드 등 여러 면에서 ECM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 이상 다른 특별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기는 힘들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ECM외 다른 뮤지션들도 자주 사용했고,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서 조금 진부해지려고 하는 표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2년 주기로 발표된 그녀의 나머지 두 장의 앨범들과 비교해 본다면 음악적 스타일 면에서는 이번 2013년 앨범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지만, 신선함 면에서는 가장 떨어진다(유사한 표현의 앨범들을 세 번 연속해서 들어봐라 ㅠㅠ 오히려 2011년 레코딩이 그나마 진부함은 덜 하다는 인상을 받음). 뭐 그냥, 이런 앨범도 있구나 정도에서 개인적 호기심의 버퍼링은 종료.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