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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guba - Znoj (Loża Oficyna, 2022)

komeda 2022. 3. 24. 23:08

불가리아에서 활동 중인 폴란드 전자음악가 Zguba의 앨범. 2010년대 중반 블랙 메탈 및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 활동을 선보이며 Widziadło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으나 이후 불가리아로 이적한 후부터는 현재의 Zguba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파괴' 혹은 ‘실패자’라는 뜻의 활동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어둡고 우울한 음악적 분위기의 앰비언트 계열의 전자음악을 선보이고 있지만, 스스로 음악의 목적에 대해 “일상의 고뇌에서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열린 결말을 지닌 일련의 사운드라고 밝히면서, 나름의 희망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고통 3부작이라고 명명한 일련의 시리즈 작업으로 Potwarz (1999)와 Pomór (2020)에 이은 그 마지막 결말에 해당한다. 각각 ‘중상’과 ‘역병’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이번 앨범은 ‘수고’라는 제목을 달고 있어, 지금까지 험난하게 지나왔던 과정에 대한 위로를 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전체 3부작 중 가장 감동적인 부분에 해당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 분위기 또한 그 전작들에 비해 다분히 예외적인 장엄함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외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작업에 대해 Zguba는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로한 상황”에서 “꿈과 현실이 흐려진 채” 녹음이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합창과 오르간 등, 그 전 작업에서는 살펴볼 수 없었던 사운드의 요소들은 희망이나 환희라기보다는 마치 중세적 장례 미사의 엄숙함처럼 느껴지며, ‘수고’라는 타이틀의 의미가 마치 애도를 암시하는 듯한 무거운 분위기를 전한다. 하지만 죽음조차 평온에 이르지 못했음은 앨범 속 각 곡의 제목들이 강하게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Zguba는 매 순간 엄숙함과 경건함을 곡 안에 녹여내고 있어 그 분위기는 처연하기만 하다. “자비”는 장엄하고 “추운 방”은 고결하며 “지옥”은 평온하여 “고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처럼 이번 앨범은 각 곡의 제목은 이와 대비를 이루는 사운드의 조합과 표현을 통해 깊은 상실감을 전달하는데,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감염병 사태와 맞물리며 절망적인 울림처럼 다가온다. 특히 마지막 트랙 “(그리고 또...)”에 등장하는 군홧발 소리는 전쟁에 의한 문명의 파괴를 경험해야 하는 오늘날의 상황과 맞물리며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현실을 전하는 듯하다. 너무나도 아름답기에 더욱더 절망감을 느끼게 하는 앨범이다.

 

2022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