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Dennis Huddleston의 앨범. 이번 앨범은 작년에 발표한 Music for Isolation (2020) EP의 확장판으로, Part 1-4로 구분되었던 타이틀에 이름을 붙이고 여기에 5개의 새로운 트랙을 더해 풀-타임 리코딩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기존 EP의 트랙들은 이름만 부여되었을 뿐 동일한 곡이다. 일렉트로닉이 지닌 유연한 확장성에 바탕을 두고 이를 자신의 고유한 앰비언트의 언어로 발전시킨 그의 작업은 이번 앨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작업에서는 피아노의 라인을 활용해 일렉트로-어쿠스틱의 경향적 특징을 강조하는 대목들이 눈에 띈다. 물론 예전에도 이와 같은 곡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피아노의 사운드가 앨범이 의미를 부각하고자 했던 '고립'에 대한 상징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이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로 인한 '고립'이며, 기존 인간 생태계에 대한 구별인 동시에 새로운 생활양식을 맞이해야 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지난 EP에서 "Music for Isolation"라는 추상적인 테마로 다뤄졌던 개별 트랙에 구체적 상황이나 생각을 암시하는 타이틀이 불었고, 여기에 표제적 의미를 고려해 각 곡에 접근한다면 감상과 공감의 폭은 확실히 넓이 지는 것은 사실이다. 노이지 한 배경 속에서 쓸쓸하게 반복되는 피아노 루프,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 뱡향을 상실한 어쿠스틱 라인을 뒤덮는 싸늘한 일렉트로닉 패드 등 앨범의 분위기는 막연함에 기댄 희망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 대신 '평생에 한 번 주어진 자기반성과 성장의 기회'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의 태도 결코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쩌면 이번 앨범은 기존 일상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음악가의 간절한 호소일지도 모른다.
20210325
related with 36
- 36 - Circuit Bloom (3six Recording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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