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자음악가 Brock Van Wey의 앨범. 조지 오웰의 101호 고문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앨범으로, 개별 트랙의 타이틀 또한 Release, Remorse, Resistance, Redemption, Revenge, Rebirth 등으로 다분히 사색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bvdub의 이름으로 발매된 브록의 음악 대부분이 그렇듯 이번 앨범 또한 논쟁적인 주제를 대하는 태도는 비교적 명료하다. 그런데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이전의 작업 방식보다 더 단순하다. 다운템포 계열의 안정적인 BPM의 진행에 여러 채널을 활용하더라도 사운드의 상호 간섭을 최소화하여 레이어 하나하나를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믹싱 한다. 넓은 음향 스테이지를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소리의 밀도에 의해 텐션이 높아지는 것은 지양한다. 다이내믹보다는 균일한 사운드의 텍스쳐와 일관된 정서의 지속에 방점을 둔 듯한 모습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빌드-업 과정에서 딥 테크노 계열의 비트가 개입할 때도 유지되고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오웰의 소설 속 고문실을 떠올려보면 의지를 박탈당한 채 껍데기만 남은 한 개인이 떠오르는데, 어쩌면 브록은 이러한 모습을 석방, 회한, 저항, 구원, 복수, 부활 등의 과정을 통해 표현하려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극히 bvdub 스러우면서도 bvdub와는 거리를 둔 듯한 독특한 앨범이다.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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