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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lark - Playground In A Lake (Deutsche Grammophon, 2021)

Clark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Chris Clark의 앨범. 흔히들 일렉트로닉 계열로 통칭되는 장르적 경향성 속에서 활동하던 클라크가 Deutsche Grammophon을 통해 Daniel Isn't Real (2019)를 발표했을 당시, 의외라는 생각과 더불어 한 편에서는 탁월한 릴리즈라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클라크가 선보였던 음악 속에 내재된 모던 클래시컬의 요소적 특징을 부각하여 현대 작곡의 형식적 규범 속에서 작업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스타일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 어쩌면 클라크가 스태프와 메인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기존 Warp 레이블에서는 이와 같은 경계의 구획과 영역의 확장을 시도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며, 고유한 음악적 지반이 공고한 DG의 지원을 통해 새로운 창의의 사고가 가능했음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클라크의 음악적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 점을 이번 앨범은 더욱 명확하게 짚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2019년 전작의 연장 속에서 사고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고 그 확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피아노와 현악과 같은 고전적인 악기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해서 클라크의 일렉트로닉의 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스토션 된 연주 악기의 사운드는 자연스럽게 전자 악기의 공간 속에 수렴되며, 관현악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드론 스웰의 웨이브와 이질감 없는 하모니를 이룬다. 이제는 더 이상 프로그래밍이 된 비트에 의해 리드되는 라인은 존재하지 않지만, 진행의 형식적 구성에서 드러나는 클라크 특유의 긴장과 반전은 이번 작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클라크의 초기 녹음부터 계속 반추하다 보면 20여 년 동안 그의 내부에 몇 번의 단절과 변화의 계기들이 존재했음을 느낄 수 있는데, 어쩌면 이번 작업 또한 그의 음악이 진화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후 환경 변화에 따른 '종말 신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타이틀은 그 의미를 반영한 개별 곡들로 구체적 표현의 완성을 이루는데, 희망적인 암시를 배제한 그의 태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절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음악은 우아하고 세련되어 더욱 설득력이 있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202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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