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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spen Eriksen Trio featuring Andy Sheppard - In The Mountains (Rune Grammofon, 2022)

노르웨이 뮤지션들로 구성된 Espen Eriksen Trio의 앨범. 2007년 피아노 Espen Eriksen, 베이스 Lars Tormod Jenset, 드럼 Andreas Bye이 모여 결성한 EET는 15년에 이르는 활동을 지속하며 낭만적 서정을 서사의 언어로 풀어가는 매혹적인 표현을 우리에게 들려줬다. 서정은 열정으로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더욱 깊은 정서적 몰입을 이끌며 깊은 음악적 감동을 전해주고 있으며, 이는 스튜디오 녹음에서뿐만 아니라 공연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 관객들과도 인사를 나눴고, 당시의 감동을 전하는 여러 후기들은 스튜디오 작업과는 다른 라이브 트리오로서의 매력을 증언하기도 한다. 첫 앨범인 What Took You So Long (2010) 이후 지금까지 5장의 공식 녹음을 발표하는 동안, 단 한 편의 라이브 음반이 없었다는 것은 EET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지 못한 팬으로서는 큰 아쉬움일 수밖에 없었다. 모두 7개의 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2018년과 2020년 오슬로 Nasjonal Jazzscene 콘서트, 2020년 오슬로 Propeller Music Division 공연, 그리고 2021년 폴란드 포즈난에서 있었던 이벤트의 기록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트리오와 색소폰 연주자 Andy Sheppard와의 협업 앨범인 Perfectly Unhappy (2018) 시즌 기간에 진행된 라이브 녹음도 3곡 포함되어 있으며, 데뷔작에서부터 최근 작품인 End of Summer (2020)에 이르는 대표적인 수록곡들을 고르게 연주하고 있다. 라이브라고 해서 EET가 지금까지 보여준 공간 활용의 특징에서 협소한 오차 범위만을 허용한다는 점은, 트리오의 견고한 내적 밀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라 의외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내밀함이 확장된 임프로바이징의 공간 속에서 펼쳐졌을 때 라이브만의 고유한 특징들이 선명하게 귀에 들어오는데, 멤버들이 서로를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며 자신의 연주를 상대에 반영하며 완성하는 인터렉티브 한 표현들은, 때로는 서정의 몰입을 더욱 깊게 하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 에너지의 응집으로 트리오의 공간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등,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이 모든 과정을 음악적인 인과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결말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극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라이브에는 What Took You So Long (2012)의 수록곡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Komeda”라는 곡을 염두에 둔 듯 Krzysztof Komeda의 “Rosemary's Baby”를 대신 커버하고 있다. 원곡이 지닌 모든 정서를 응축해 표현하는 과정은 마치 EET의 연주가 지닌 핵심을 집약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더 완벽한 앨범의 마무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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