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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spen Eriksen & Gunnar Halle - Sangboka (Unit, 2022)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Espen Eriksen과 트럼펫 연주자 Gunnar Halle의 듀엣 앨범. 에스펜과 군나르 둘 다 각자의 분야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축적한 대표적인 북유럽 재즈 뮤지션들로, 이들은 이미 Meditions On Christmas (2010)와 Psalm (2014) 등과 같은 듀엣 작업을 오래전부터 완성한 경험이 있으며, 관련한 투어의 횟수 또한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둘 사이의 호흡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앨범의 제목은 마치 북미 뮤지션들의 Great American Songbook을 연상하게 하는데, 실제 처음 의도했던 타이틀은 Den Norske Sangboka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록곡들은 “Mellom bakkar og berg”, “Uti vår hage”, “Ola Glomstulen”, “Byssan lull” 등과 같이 노르웨이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곡들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자국의 민속적 혹은 종교적 특성이 반영된 것들이며, 전통에 대한 홍보를 목적으로 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피아노와 트럼펫의 상호작용은 유기적이며 자연스러운 공간적 합의가 끌어내는 조화 덕분에, 원곡들이 지닌 서정적인 음악적 메시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전달된다. 둘 사이의 긴장은 최소화하는 대신 조화와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 강하며, 빈 여백에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사운드 스케이프나 효과를 통해 풍부하면서도 북유럽 특유의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특히 이번 앨범의 경우 기존 듀엣 작업에 비해 애트모스페릭 한 공간감 혹은 에어리 한 분위기가 유난히 강조된 인상을 주고 있어, 이번 녹음에서 둘이 의도한 음악적 전략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피아노의 오른손 음역대는 홀과 같은 넓은 리버브 공간에서 연주되는 듯하지만, 왼손의 경우 서스테인을 제외한다면 보다 일상적인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어, 혹시 따로 녹음한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트럼펫 또한 이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일상적 평온함에 끝단의 여운에 더해지는 미묘한 잔향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조금은 정돈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일부 트랙의 경우 고음역대에서 미세하게 찌그러지는 사운드 등 후반 작업에서의 마무리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넓은 음역대에서 길게 퍼지며 잔존하는 여음은 독특한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의도된 듯하지만, 이어지는 연주와 중첩되며 종종 디스토션이 동반된 신경질적이고 피곤한 소리로 전달되어 감상에 방해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향과 관련된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독특한 코드 구성과 대위적인 진행을 통해 완성되는 북유럽 특유의 투명한 서정은 에스펜과 군나르의 조합에서만 가능한 결과임은 부정할 수 없다.

 

 

20220211

 

 

 

related with Espen Eriksen (as Espen Eriksen Trio)

- Espen Eriksen Trio - What Took You So Long (Rune Grammofon, 2012)
- Espen Eriksen Trio with Andy Sheppard - Perfectly Unhappy (Rune Grammofon, 2018)
- Espen Eriksen Trio featuring Andy Sheppard - In The Mountains (Rune Grammofo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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