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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George Winstone & Ben Monder - Odysseus (self-released, 2023)

 

미국에서 활동 중인 영국 색소폰 연주자 George Winstone과 미국 기타리스트 Ben Monder의 듀엣 앨범.

 

이번 앨범은 색소폰과 기타의 듀엣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서는 밴이 펼쳐놓은 다양한 음악적 스케이프 위에 조지가 임프로바이징을 펼치는 듯한 독특함을 담고 있다. 기타리스트의 역할은 마치 젊은 신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지닌 창의적 표현을 마음껏 발현할 수 있도록 든든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처럼 보이며, 색소폰은 노장의 변화무쌍한 대응 속에서도 도전적인 프레이즈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 과정은 대담하고 결단력이 넘쳐,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접해왔던 조지의 숨은 역량을 살펴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인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런던에서 태어난 조지는 영국 실용 음악 명문 Trinity Laban Conservatoire of Music & Dance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졸업 후 자신의 밴드를 결성해 다양한 무대 경험을 축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기에 쿼텟으로 발매한 미니 앨범 Outer Spaces (2018)은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그의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듬해 초에는 여러 거장들의 후원으로 미국으로 이주해, 현재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EP는 현대적으로 해석된 전통의 스텐스에 입각해, 비교적 오소독스 한 규범적인 준칙에 기반하여, 유려한 연주 실력을 바탕으로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는 한편, 간결한 작곡과 치밀한 편곡으로 구성과 진행을 밀도 있게 완성하는 음악적인 노련함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편성의 쿼텟 라이브를 담고 있는 Spiritual (2021)은 단 하나의 트랙만 담고 있는 미니 앨범이지만, 서정적인 테마를 확장하여 정돈된 기교를 포함하는 임프로바이징을 통해 12분에 이르는 음악적 서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녹음은 조지가 미국으로 건너올 때 그를 후원했던 뮤지션 중 한 명인 벤의 협력으로 완성했다. 벤은 클럽 공연을 관람한 조지의 협연 요청을 받아들이고, 이후 여러 장소에서 펼친 일련의 라이브가 이번 앨범의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명 레퍼토리나 스텐더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초기의 공연은 이후, 미리 정해진 규범 없는 즉흥적인 방식으로 진화했고, 이와 같은 두 뮤지션의 케미스트리를 반영한 창의적인 협업의 양식을 살려 지금의 앨범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앨범에 담긴 연주에 대해 조지는 “이 모든 것은 즉흥적이지만, 프리 재즈의 모드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실제로 모든 곡은 즉흥성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재즈의 규범으로 관찰할 수 있는 양식적 정의를 넘어선 포괄적 표현을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그 감상에서 다양한 음악적 접점들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외연을 넓히면 넓힐수록 보다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함께 개방하는 확장성 또한 경험할 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어느 하나의 장르적 정의로 귀속되지 않는, 이들 연주만의 독특한 지점도 발견하게 된다. 치밀한 사운드스케이프의 구성을 통해 연출하는 앰비언트이기도 하며, 기타의 다양한 톤 사운드의 엔벨로프를 활용해 완성한 실험적인 일렉트로닉이기도 하며, 실내악적 앙상블의 규범을 자율성으로 재구성한 현대 양식의 클래식이기도 하며, 직관적인 상호 연관성에 바탕을 둔 인터랙티브 한 재즈이기도 하다. 그리고 궁극에는 이 모든 것을 포괄하면서도, 동시에 그 모든 것을 배재하는 하나의 단순한 임프로바이징이기도 하다. 아홉 개의 트랙 모두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그 모든 구체적 표현을 추상하면 결국에는 즉흥연주라는 본질만 남게 되는데, 어쩌면 임프로바이징이라는 단어 속에 이토록 다양한 음악적 함의가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의 연주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두 뮤지션 각자가 연주 속에서 점유하는 기능과 역할이 어느 정도 확정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둘 사이의 상호 연관성을 확장하고 교란하며 그 양식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재미로도 미학적으로도 깔끔하기 그지없다. 나이스한 앨범이다.

 

 

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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