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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 Peter Schwalm & Markus Reuter - Aufbruch (RareNoise, 2021)

독일 전자음악가 J. Peter Schwalm와 기타리스트 Markus Reuter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두 뮤지션은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여러 협업 작업을 진행했는데, 얀 피터의 경우 트럼펫 연주자 Arve Henriksen과 Neuzeit (2020)을 함께 녹음하는가 하면 마르쿠스는 전자음악가 Ian Boddy와 Outland (2021)를 발표하기도 한다. 이들이 이와 같은 공동작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는 어쩌면 그 상대를 통해 드러난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그만큼 각각의 앨범들은 협업을 통해 완성된 저마다의 고유한 시너지를 특징으로 한다. 이번 작업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앨범의 암울하면서도 종말론적인 러스티 한 디스토피아는 피터와 마르쿠스가 공유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재앙에 가까운 현재 상황에 섣부른 낙관론을 펼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렇다고 비관론에 경도된 암울함에 의탁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다분히 드라이 한, 감정이나 정서를 배제한, 마치 객관적으로 음악을 축조하는 듯한 모습으로 앨범을 완성하고 있는 듯하다. 앨범은 마치 치밀하게 완성된 하나의 건축물을 보는 듯한데, 단순한 토대와 상부구조의 구성체라는 느낌뿐만 아니라 그 내부의 재질은 물론 질감까지 전달되는 디테일을 담아내고 있다. 앨범은 '출발'이라는 의미를 포함하는 "Der Aufbruch"라는 곡에서 시작해 역시 '출발'로 번역되는 "Abschied"로 끝을 맺고 있지만, 그 단어들에 내포된 중의에 주의를 기울이면 '출현'에서 '소멸'로 향하는 일종의 선형적 순환 과정을 담고 있는 듯하다. 피터와 마르쿠스는 이 과정을 '퇴각', '균열', '경로', '작별 인사' 등과 같이 무미건조한 타이틀을 활용해 기록하고 있는데, 사운드 또한 다양한 방식의 대비와 대립을 통해 곡의 의미에 걸맞은 묘사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금속성 강한 이야기의 전개부 후반에 이르러 결론에 이르기 전까지 Sophie Tassignon의 보이스가 등장하는데, 이는 마치 다큐멘터리로 끝날 수도 있었던 구성을 드라마적인 내러티브로 전환하는 절묘한 완성이다. 다양한 층위의 집단적 합으로 이루어진 사운드뿐만 아니라 치밀한 구성으로 완성된 전개 또한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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