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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 Peter Schwalm & Stephan Thelen - Transneptunian Planets (RareNoise, 2022)

독일 일렉트로-어쿠스틱 뮤지션 J. Peter Schwalm와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Stephan Thelen의 협업 앨범. 최근 몇 년 사이 얀 피터의 작업은 다른 뮤지션과의 컬래버레이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테판 또한 전작이 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 역시 RareNoise 레이블의 수석 디렉터인 Giacomo Bruzzo의 음악적 호기심과 창의적 감각이 큰 역할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협업이 호기심을 끄는 것은 이들 두 뮤지션의 만남이 처음이라는 사실 외에도, 이 둘이 지금까지 보여준 서로 다른 음악적 특징 때문이었는데, 수학자이기도 한 스테판의 경우 엄밀한 구조적 역할이 지닌 힘을 부각하는 것에 비해, 피터는 일렉트로닉을 활용하면서도 유연한 즉흥적 모티브의 개입을 통해 표현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두 뮤지션이 지닌 스타일의 대비는 이전 작업을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스테판이 자신의 밴드 Sonar를 통해 선보인 미니멀한 매스 록 계열의 챔버는, 피터가 지금까지 진행한 Chat Noir, Arve Henriksen, Markus Reuter 등과 같은 창의적인 임프로바이저들과의 협업과 분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이와 같은 차이는 전혀 문제 되지 않으며, 오히려 두 스타일의 대비를 통해 드러나는 미묘한 텐션이 전체 작업의 고유한 색과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이번 협업에는 기타/이펙트 Eivind Aarset, 베이스 Tim Harries, 드럼/퍼커션 Manuel Pasquinelli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일부 트랙에서 Nell Catchpole이 보이스 샘플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밴드 형식의 작업은 피터와 스테판의 서로 다른 두 스타일을 융합하여 독특한 음악적 분위기와 긴장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마치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촉매처럼 작용한다. 스테판의 고유한 상징과도 같은 미니멀한 테마의 루프와 피터의 창의적인 라인과 효과를 밴드의 구성을 통해 텐션이 가득한 그루브와 사이키델릭의 공간으로 묶어내고 있는데, 이는 앨범이 주제로 하는 해왕성 바깥 외소행성에 관한 음악적 탐사와도 잘 어울리는 접근이 아닐까 싶다. 앨범은 두 뮤지션이 지닌 각자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도, 스테판과 피터 사이에 존재하는 대비를 과학과 신비라는 은유로 치환하여 음악적인 공간으로 담아냈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앨범의 주제와도 절묘한 일체감을 경험하게 한다. 각각의 사운드와 요소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으며, 사이키델릭 한 하모니와 리듬의 패턴에 더해지는 폭발적인 임프로바이징과 다양한 에펙트는 우주의 어둠과 행성이 반사하는 빛을 표현하는 듯한 묘사적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팬데믹 봉쇄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각자의 성과를 집약하며 단일한 주제의식으로 그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매 순간의 디테일까지 담아낸 것을 생각한다면, 시공간을 넘어선 이들의 음악적 창의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모든 연주자들의 고유한 스타일을 융합하며 다양한 장르적 표현까지 함께 실현하고 있는 흥미로운 앨범이다.

 

20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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