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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hn Scofield - Uncle John's Band (ECM, 2023)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John Scofield의 트리오 앨범.

 

이번 녹음에는 베이스 Vicente Archer와 드럼 Bill Stewart가 함께하고 있어, 앨범과 밴드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존 Steve Swallow에 대한 헌정에 집중했던 Swallow Tales (2020)의 스타일을 보다 더 확대된 선곡을 통해 펼쳐 보인다는 느낌을 주고 있으며, 기타리스트가 지금까지 선보인 다양한 양식을 하나의 균일한 음악적 질감으로 정리하고, 안정적인 표현을 통해 재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tairway To The Stars”, “Somewhere”와 같은 익숙한 스탠더드는 물론 Bob Dylan, Neil Young의 오리지널을 포함하고 있으며, Bud Powell과 Miles Davis의 “Budo”와 같은 고전에 대한 존의 해석을 담고 있기도 하다. 물론 14개의 트랙 중에는 기타리스트 자신의 오리지널 7곡도 함께 들려주고 있다. 이 중에는 기존 발표곡도 있지만, 밴드의 양식에 맞게 새롭게 작성한 원곡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은 7-80년대를 풍미한 Grateful Dead의 “Uncle John's Band”에서 따온 것으로, 밴드 구성원들과의 오랜 정기적인 인연도 존재하며, 기타리스트 자신 또한 해당 곡을 즐겨 연주하기도 했다. 실제 앨범 전체 수록곡의 마지막은 해당 곡에 대한 존의 커버로 대미를 장식하기도 하여, 앨범의 타이틀이 지닌 남다른 상징성을 보여준다. 깊이 있는 연륜이 더해질수록 음악적 친근함이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기타리스트의 최근 모습을 생각한다면, ‘존 삼촌’이라는 호칭은 소박함과 절묘함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며, 앨범과 밴드의 성격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앨범은 새로운 장르적 표현을 선보이거나 화려한 기교로 청각을 압도하지 않는, 어쩌면 우리가 오랫동안 익숙하게 들어왔던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루고 있어, 지금까지 기타리스트가 보여준 음악적 행보에 비하면 다분히 소박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륜이 없었다면 결코 쉽게 완성할 수 없는 음악적인 안정감과 기타리스트와 밴드 특유의 그루브는 물론, 다양한 곡들에 대해 자신만의 표현을 유려하게 담아내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젊은 시절의 경험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삼촌의 무용담을 듣는 듯하다.

 

북미의 전통적 양식에 비교적 충실한 재현을 보여주면서도 구성원들의 능동적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하며 안정적인 단일한 호흡을 완성하는 과정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곡은 존의 연주와 리드가 절대적인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다양한 테마를 즉흥적인 모티브의 확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보여주지만, 이 모든 과정을 자신만의 양식으로 내재화하며 집약하는 자연스러운 집중력을 담아낸다. 비교적 균일한 톤 사운드를 활용한 재현을 통해 이를 실현하기도 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추상화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일관된 접근을 취하기도 한다. 존의 독창성을 집약하는 듯한 기타 연주 그 자체의 명료함으로 드러나고 있어, 솔로로서의 독립적인 흐름을 보여주지만, 전체 연주에 뉘앙스를 구체화하고 미묘한 텐션을 극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기타와의 인과성을 바탕으로 하는, 개방성을 지닌 각 공간의 능동성과 자율적 표현이다. 열기와 냉기를 온전히 반영하는 인테랙티브한 연관은 물론, 그 안에 각자의 표현을 반영하며 생기를 부여하며, 밴드만의 그루브와 하모니를 완성한다.

 

기타리스트는 오랜 기간 트리오의 형식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확장한 동시에, 자신만의 고유한 양식을 굳건히 다져오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하나의 균일한 통합적인 존의 언어를 보여주면서도 밴드 특유의 사운드와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안정감은 풍부한 스팩트럼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면서도, 다양한 양식을 자연스럽게 내재화하고 있어, 밴드의 연주는 단 한순간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는다. 거장은 과거의 경력이 아닌 현재의 연주로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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