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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hn Scofield - John Scofield (ECM, 2022)

미국 재즈 기타리스트 John Scofield의 솔로 앨범. 개인적으로 록을 우회해 재즈에 한참 관심을 두기 시작했을 무렵, Enja 레이블에서 발매한 존의 Live (1977)를 들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블루지 한 톤으로 록 필 가득한 프레이즈와 서정 가득한 발라드의 감성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굳건하게 담아내던, 당시 그 젊은이의 연주는 나를 메인스트림의 주요 작품들로, 이후 ECM으로 대표되던 유러피언의 작업들로 자연스럽게 이끌게 되었다. 세월이 바뀌고 강산이 변한다는 순환이 이어지면서 기타리스트도 나이를 조금씩 들어갔지만, 그는 여전히 당대의 음악적 현상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내는 일에 열정을 보였는데, MMW와 함께 녹음한 A Go Go (1997)를 통해, 이미 최고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스스로를 갱신하는 뮤지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몇 해 전, 존이 ECM과 계약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한참을 기다려 Swallow Tales (2020)를 들으며 그의 나이가 69세라는 사실에 무척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앨범을 듣는 내내 Enja 시절 Steve Swallow와 녹음했던 Shinola (1982)가 계속 오버랩 되었고, 당시 존의 나이는 겨우 30을 갓 넘겼을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현존 재즈 기타리스트 중에서는 더 이상 오를 수 있는 반열이 존재하지 않기에, 존이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첫 솔로 녹음을 선보이며 여전히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많은 음악적인 이야기들이 남아 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솔로 녹음이지만 곡 안에는 수많은 존의 내면이 존재하는 듯하다. 루프 머신을 이용해 마치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듯한 모습은 엄격한 규범과 일련의 규칙적 반복을 통해 완성된 흔한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도입과 배경처럼 활용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내면을 대질시키면서도 존재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솔로 연주 그 자체만으로 완성된 곡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이 역시 다양한 뉘앙스와 분위기를 녹아내며, 완숙하면서도 품위 있는 표현이 어떤 감동을 전할 수 있는지를 들려주고 있다. 자신의 기존 곡들은 물론 동료들의 작품과 고전을 연주하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존의 이름을 들으면 연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톤과 분위기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음원이 공개된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눈을 뜨고 있는 시간 동안 열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이 느낌을 감상으로 남기기가 무척 어려울 만큼, 이 앨범은 깊고 품위 있다. 생각해보면 이 앨범에 그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심지어 앨범 제목도 모든 것을 다 함축하고 있는, 나이도 시대도 초월한 ‘존 스코필드’가 아닌가.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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