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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ekko Fornarelli - Naked (Eskape, 2023)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Kekko Fornarelli의 솔로 앨범.

 

1978년생인 케꼬는 3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바리의 Conservatorio Piccinni에 입학한다. 18세 되던 해에 재즈를 접하고 선배 뮤지션들의 연주를 참고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한 음악적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2000년대 초부터 선보인 그의 작품들은 차츰 주변 여러 장르와의 연관을 확장하며 케꼬만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케꼬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클래식, 민속 등의 다양한 특징을 반영하면서도 직관적인 즉흥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개방하는 독창성을 특징으로 한다. 트리오에서부터 오케스트레이션에 이르는 다양한 편성의 실험을 통해 각 작업마다의 고유한 캐릭터를 완성하는 동시에, 자신의 음악적 포괄성을 실현하기도 하는데, 최근 그의 작업을 보면 재즈라는 제한을 넘어선 폭넓은 표현을 다룬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연주 중심의 일렉트로닉이라는 측면은 물론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마저 아우르는 풍부한 포용성 속에서도, 여전히 피아노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케꼬의 음악적 기반을 분명히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Naked라는 다소 직설적인 앨범의 타이틀은,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한 음악적 표현과 접근 방식의 이면에 숨겨뒀던, 자신의 음악적 핵심을 드러낸다는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첼리스트 Redi Hasa와의 협연을 담은 곡을 제외하면 모두 피아노 솔로 연주로 이루어졌으며, 프로덕션의 개입 또한 악기의 사운드와 공간의 재현에 중점을 둔, 이전 작업들에 비하면 비교적 보수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높은 음역대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연주에는 비교적 넓은 홀의 느낌을 담은 리버브를 활용하는가 하면, 낮은 음역에서 빠른 속도로 펼쳐는 곡에서는 청자와의 거리를 가깝게 둔 듯한 모습으로 담아내는 등, 곡에 따라 조금씩 다른 공간 연출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는 피아노의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섬세함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과감함에서 오는 명료한 타건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연주는 정서와 감정을 전달하는데 무척 효과적이다. 풍부한 다이내믹을 활용하며 감정의 최대치와 최소치의 넓은 폭을 묘사하는가 하면, 여린 음에서도 힘을 담은 손끝으로 벨로시티를 조율하는 모습을 통해 나름의 절제된 정서의 표출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체적인 테마는 다분히 사적인 영감이나 감정을 다루는 듯한, 낭만적이면서도 서정적인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때로는 묘사적인 세밀함은 물론 나름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하여, 정형화되지 않은 유연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유연함은 즉흥적인 모티브를 포착하고 이를 통해 연주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지며, 이러한 플로우는 고전적인 양식에 기반한 테마와 미묘한 대비를 이루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케꼬의 음악에 내재한 다면성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번 앨범을 통해 케꼬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클래식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면서도, 즉흥적 모티브를 이용한 확장성을 지닌 고유한 특징을 담아내고 있다. 둘 사이의 관계는 미묘하면서도, 결코 이질적인 방식으로 서로를 대면하지 않으며, 마치 하나의 언어처럼 온전한 일체감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단 하나의 트랙에 불과했지만, 첼리스트 레디와의 협연을 담은 곡에서 보여준 깊이 있는 서술적 표현 또한 인상적이다. 피아노로 기록한 개인 일기를 보는 듯한 앨범이다.

 

 

202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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