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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col Savoy & Alfio Origlio - Improspections (Cjazz, 2023)

 

스위스 드러머 Marcol Savoy와 프랑스 피아니스트 Alfio Origlio의 듀엣 앨범.

 

마르콜과 알피오 두 뮤지션의 음악적 경력에서 합의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앨범이다. 이번 작업을 알피오가 지금까지 선보인 여러 듀오 작업의 연장 속에서도 바라볼 수 있겠지만, 미묘하게 서로 다른 음악적 스타일은 물론,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반영하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를 재현했던 기존의 경력을 생각해 봐도, 그 접점은 쉽게 떠오르지 않으며, 그로 인해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의 확장에 기반한 협연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듣게 되면, 의외로 이들이 이루는 음악적 합의가 무척 자연스러우며, 내용 또한 다채롭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험적이면서도 사색의 공간을 개방하며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과정 또한 진지하면서도 이미지너리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드럼과 피아노로 이루어진 기존의 듀엣 작업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각자의 창의력과 서로에 대한 인과성을 기반으로 완성하고 있다.

 

짧은 어택에 긴 릴리즈에 다양한 피치와 톤으로 만들어 내는 풍부한 타악의 사운드는 퍼커시브한 느낌과 더불어, 전통적인 멜로디 악기와는 다른 느낌의 음률을 연출하며 피아노와의 대위적인 공간을 이미지너리하게 연출하기도 한다. 때문에 둘의 공간은 단순히 리듬과 멜로디라는 통상적인 합의와는 다른 다양한 음악적 관계를 포괄하며, 마치 실내악적인 규범 속에서 합의를 완성하는 듯한 교감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또한 인터랙티브한 연관을 통해 서로의 표현을 구체화하는 정교함을 포함하기도 한다. 드럼과 심벌 세트로 이루어진 타악의 사운드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타격의 위치와 방법을 정교하게 진행하며 피아노의 다양한 라인에 대응하는가 하면, 알피오 또한 건반과 악기가 연출할 수 있는 여러 주법은 물론 물리적 표현을 통해 이에 반응하며, 때로는 퍼커시브한 재현을 통해 마르콜과 사운드의 특성을 공유하기도 한다. 서로가 지닌 소리의 특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이를 조합하여, 함께 재현하는 음악적 내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풍부하고, 그 방식에서 각자의 상상력과 자율성의 개방을 바탕에 두면서도, 그 과정에서 정교한 능동적 합의를 완성하고 있어, 매 순간 창의적 긴장을 동반하는 몰입의 연속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함께 재현하는 음악적 내용은 예상외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상호 간의 균형점을 조율하며 완성하는 현장 재현의 깊이 또한 무척 농밀하다. 알피오의 건반이 만드는 라인은 마르콜의 퍼커션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면서도, 때로는 아름다운 서정을 정갈하게 펼치는 등, 멜로디 본연의 미적 역할에도 충실하여, 의외의 감성적 재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멜로디의 감성적 요소는 퍼커션과의 관계에서 형성하는 다양한 연관의 일면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추상과 구체의 경계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확장함으로써, 듀오라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풍부한 표현의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핵심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이는 실험과 감성의 경계를 구성하기도 하며, 둘 사이의 음악적 내밀함을 축적하는 근간이면서, 동시에 이들의 음악이 향하는 구심의 역할로도 작용하여, 앨범 전체가 다양한 연관 속에서도 하나의 균일한 음악적 질감을 완성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듀오라는 단출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사운드는 물론 다양한 퍼커션이 연출하는 여러 음향을 넓은 공간 속에, 균형감 있게 배열하여, 입체적이고 풍부한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다. 악기의 자연스러운 릴리즈에 더해진 깊은 리버브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더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특별한 음악적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뮤지션의 협업이지만, 각자의 색을 서로에게 투영하는 다양한 과정을 통해 풍부한 합의를 완성하는 과정은 무척 경이롭다.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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