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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kus Stockhausen, Vangelis Katsoulis, Arild Andersen - Across Mountains (o-tone, 2022)

독일 트럼펫 연주자 Markus Stockhausen, 그리스 피아니스트 Vangelis Katsoulis, 노르웨이 베이시스트 Arild Andersen의 트리오 앨범. 이들은 이미 1970년대부터 각자의 음악적 노선에 따라 활동을 이어오며 퓨전, 아방가르드,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실험적 표현들을 탐험하며 재즈가 지닌 언어의 경계를 확장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이들은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유러피언이라는 경향성을 장르적 특징으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하기도 했으며, 서로 여러 차례 경험을 공유한 오랜 동료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 셋은 1996년 아테네 콘서트에서 처음 만나 호흡을 맞췄던 것으로 전해지며, 이번 앨범은 세 명의 뮤지션이 함께 기록을 남긴 첫 작업인 셈이다. 이번 녹음은 여행과 공연이 불가능했던 2020년 8월부터 2021년 5월 사이에 녹음된 것으로 전해진다. 처음에는 마르쿠스와 반젤리스가 듀오 작업을 염두에 두고 각자의 공간에서 서로의 연주 녹음을 교환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이후 아릴드가 참여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하게 된다. 같은 스튜디오 공간에서 음악적 테마와 즉흥적 모티브를 교환하며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시공의 한계를 넘어 서로에 대한 음악적 유대를 어떻게 지속하였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예를 담고 있다. 연주는 마치 각자가 지닌 고유한 톤과 텍스쳐를 서로에게 점층하며 일련의 즉흥적인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과정처럼 이어지고 있다. 반젤리스는 음악적 공간을 이루는 배경의 디테일을 키보드와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효과들을 통해 펼치고, 마르쿠스는 그 위에 차분하면서도 직관적인 라인들을 그려내며, 아릴드는 공간에 텐션과 여백을 강조하며 음악적 호흡을 완성한다. 때로는 일렉트로닉이나 앰비언트적인 여백 속에 각자의 연주를 레이어링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재즈의 공간 활용과 진행에 따라 즉흥적 모티브와 인터플레이를 공유하는 접근을 활용하는 등, 각각의 트랙마다 미묘하게 다른 특징들을 포함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연주에는 그 어떠한 이질감도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접근과 음악적 유형의 차이를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차분하고 신중한 분위기의 플로우로 가득하다. 사운드 그 자체에서뿐만 아니라 연주에서도 강한 밀도감을 느끼게 하며, 이는 마치 푸른빛을 내며 타오르는 차가운 얼음을 보는 듯한 묘한 인상을 전해준다. 아테나, 쾰른, 오슬로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산을 넘어’ 강한 음악적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20204

 

 

 

related with Markus Stockhausen

- Markus Stockhausen Group - Tales (o-tone, 2021)

related with Arild Andersen

- Arild Andersen – Mira (ECM, 2014)
- Arild Andersen - In-House Science (ECM,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