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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rild Andersen - In-House Science (ECM, 2018)


노르웨이 출신 베이스 연주자 아릴드 안드레센의 ECM 신보. 이번 앨범은 Live At Belleville (2008)과 Mira (2014)와 마찬가지로 Paolo Vinaccia (ds), Tommy Smith (ts)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2016년 오스트리아에서 진행된 트리오 공연을 담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2014년 앨범 투어와 관련된 일정 중에 녹음되었지만 레퍼토리는 직접적인 연관이 그리 크지 않아 독립된 음반으로 봐도 사실상 무방하다. 같은 라이브 녹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트리오 공간의 자율성 개방과 임프로바이징의 계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2008년 앨범과의 연관성이 더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벨빌 라이브와 이번 앨범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변화가 반영되기라도 한 듯 자율적 공간 속에서 진행되는 임프로바이징의 계기들은 더욱 적극적인 표현들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은 공간 구성의 유연한 활용을 가능하게 했고 상대의 적극적 진행 속에서도 각자의 능동적 개입을 확보할 수 있게 했음을 이번 앨범이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2016년 스튜디오 녹음과 비교해도 이번 앨범의 특징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정돈된 합의에 근거한 내밀한 표현에 집중했던 스튜디오 녹음과 달리 이번 라이브에서는 유기적인 상호관계의 텐션을 극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멜로디와 리듬조차 규범적으로 고착되지 않고 유연하면서도 긴밀한 인터플레이의 긴장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스튜디오와 라이브 중 무엇이 이들 트리오 음악의 본질에 근접했느냐고 질문한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작업 방식에 따른 접근의 차이일 뿐 그 모든 요소들이 이들 음악의 핵심을 이루는 본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릴드에게 있어 베이스-색소폰-드럼 형식의 트리오는 이미 1970년대부터, 여러 명의 쟁쟁한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거치면서 행해졌던 익숙한 방식의 연주이지만 팀워크 면에서 이번 라인업만큼 강인한 역동성을 보여준 예는 그리 흔치 않다. ECM과 함께한 50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더라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2018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