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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ke Lazarev - Sacred Tonalities (Past Inside the Present, 2023)

 

영국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앰비언트 및 모던 클래식 작곡가 Mike Lazarev의 앨범.

 

소비에트 연방 시절인 1977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마이크는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련 해체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 작업을 익혔고, 이후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피아노를 이용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을 선보이는데, 1631 Recordings, Eilean, Home Normal, Injazero 등 해당 분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레이블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며, 그의 음악적 입지를 실감하게 한다. 현재 마이크는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모던 클래시컬 등의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Headphone Commute를 열정을 다해 운영하고 있다.

 

마이크가 지금까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을 선보였다면, 최근 Slowcraft를 통해 When You Are (2022)에 이어 이번에는 Past Inside the Present에서 신보를 발표하는데, 레이블의 성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이제 마이크의 음악은 새로운 도전을 향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전작에서는 피아노의 레이어를 활용하여, 기존 자신의 음악적 흔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게 해 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다양한 신서사이저만을 이용해 완성한 앰비언트 작업을 들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마이크가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이라는 주제를 다뤘다면, 이번 역시 시간을 포용하는 듯한 다양한 이벤트의 응집과 해소를, 결국 시간의 흐름을 통해 포착하는 듯한 세밀함을 보여준다.

 

앨범 및 개별 곡의 타이틀에 걸맞게, 하나의 음 혹은 화음을 중심으로 일련의 음악적 플로우를 완성하고 있으며, 개별 피치나 코드의 진행은 규칙적인 순환과 반복적 구조로 이루어진 단순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단일 음정으로 이루어진 코드 구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비교적 익숙한 관용적 표현에 근거하면서도, 이를 낯설게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단순한 라인의 멜로디나 아르페지오도 코드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관성을 지니며, 이러한 기본적인 인과성이 곡의 흐름을 더욱 응집력 있게 만든다. 하나의 음에 다른 음들이 중첩을 이루어 코드와 하모니를 완성하고, 각각의 소리가 지닌 고유의 주파수 특성이 만나면서 독특한 배음과 웨이브를 연출하며, 웅장한 드론의 플로우가 만들어진다. 진행 속에서 마치 화면 전환을 서로 페이드 인-아웃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코드를 중첩하는가 하면, 미묘한 겹을 통해 소리의 계층 구조를 미묘하게 흔들기도 하고, 높은 밀도 속에서 메인 사운드에 미세한 피치 밴딩으로 텐션을 연출하는 등, 앰비언트의 플로우 속에서 독특한 방식의 긴장 구조를 만들고 있어, 다크 앰비언트 계열과는 다른 방식의, 마크 특유의 다크함을 담아내기도 한다.

 

복합적인 사운드의 하모닉스 외에도 다양한 텍스쳐의 중첩이 만드는 독특한 공간적 중량감도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특성과 텍스쳐를 지닌 사운드가 느린 플로우 속에서 긴 호흡을 거치며 점층을 이루고 있어, 마치 스며들 듯 서서히 색이 변하는가 하면, 부피의 총량이 커지는 만큼 복합적인 레이어로 구성하는 공간의 디테일도 정교해진다. 가득한 밀도 안에서 힘겹게 서서히 유영하는 움직임을 포착하는가 하면, 때로는 그 위를 끈적이며 밟고 지나가는 배회의 흔적을 담아내는 듯하여, 묘사의 디테일에도 탁월함을 보여준다. 정교한 코드로 구성한 드론의 플로우에, 주변을 감싸는 사운드스케이프와 효과나 디테일을 더하는 무수한 레이어들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는 마치 시간의 흐름에 저마다의 속도로 변하는 일상 주변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삶 자체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느낌을 들게 한다.

 

고전적인 신서사이저의 음향과 새로운 현대적인 사운드로 이루어진 레이어의 집합은 Past Inside the Present라는 레이블의 이름을 의식한 큐레이팅의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근미래의 어두운 이미지를 묘사하는 듯한 분위기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고전적 요소의 기시감 또한 계속해서 맴돌고 있어, 우리의 과거가 현재의 시간에 머물러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추측하게 한다. 이와 같은 시간의 중첩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어 ‘신성한 음조’라는 타이틀이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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