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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ke Lazarev - Out Of Time (Injazero, 2021)

우크라이나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Mike Lazarev의 EP. 1977년생으로 어린 시절에 소비에트 통치를 경험했고 이후 미국을 거쳐 현재의 영국에 정착했다고 한다. 고국에서 클래식 교육을 받았지만 이후 컴퓨터를 이용한 샘플링을 시작했고 영국에 오면서 다시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Unhinged (2016) 앨범을 통해 처음 접한 그의 음악은 우울한 서정에 기반한 피아니즘으로 생각했지만, 위와 같은 개인사와 더불어 이후 발표한 몇몇 컬래버레이션 작업 등을 통해 마이크만의 스타일에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영화적인 상상을 반영한 듯한 그의 곡들은 마치 짧은 순간에 대한 회상 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짧은 대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시간'을 모티브로 한 이번 앨범은 감염병 사태로 정지된 우리 일상의 낯섦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인상을 강하게 내비친다. 10개의 곡 중 "Prelude"와 "Finale"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의 테마는 모두 '시간'과 관련된 것들로 표제적인 메타포를 반영한 서정을 음악으로 풀어간다. 피아노가 중심을 이루고 가상악기를 이용해 오케스트레이션, 드론, 사운드 스케이프, 이펙트 등 상황에 맞는 대비를 완성한다. 곡들 대부분이 2분 전후의 짧은 구성으로 순간순간에 대한 묘사적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지만, 앨범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균일한 정서를 반영한 이야기 구조처럼 이어진다. 마이크의 음악은 늘 그렇듯, 우울한 서정을 강하게 내비치지만 결코 그 안에 침전되어 감정을 소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억지스럽게 막연한 희망을 그리지도 않는다. 솔직하고 과장되지 않은 음악적 표현이 유대의 첫걸음임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앨범이다.

 

20210326

 

 

related with Mike Lazarev

- James Murray & Mike Lazarev - Suññatā (Home Normal, 2020)

- Mike Lazarev - Sacred Tonalities (Past Inside the Present,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