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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Ocoeur - Nouveau Départ (n5MD, 2023)

 

Ocoeur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프로듀서 겸 작곡가 Franck Zaragoza의 앨범.

 

2010년 데뷔 이후 프랑크가 선보인 음악은 앰비언트와 일렉트로닉이라는 일관된 흐름 속에서도, 그 안에서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모티브를 활용하는 섬세함을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비트 시퀀싱을 중심으로 하는 감각적인 측면을 부각하는가 하면, 미니멀한 집약성을 지닌 인상적인 멜로디를 활용해 감성의 섬세함을 다루기도 한다. 이는 각 곡의 특징을 이루기도 하고, 개별 앨범의 성격을 정의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성은 하나의 일관된 흐름 속에서 펼쳐지는 프랑크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은 그의 음악적 진화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다양한 영상 관련 작업에 기여하며 프랑크의 음악적 입지가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번 작업은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이미지너리한 형상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히 어린 시절 익혔다고 전하는 피아노와 같은 연주 악기의 특성을 부각하는 모습 또한 이번 작업에서 귀 기울이게 되는 새로움을 전달한다.

 

피아노와 스트링과 같은 기악적 특성을 지닌 개별 레이어를 중첩해 다양한 음악적 효과를 연출하는 치밀함이 돋보인다. 이러한 레이어링은 전자 음향의 다양한 소스들과 중첩을 이루며 사운드스케이프와 같은 고요한 밀도를 지닌 플로우를 연출하는가 하면, 드론과도 같은 중량감을 지니기도 하고, 그 자체로 복합적인 움직임을 지닌 폴리 리듬을 연출하기도 한다. 기악적 특성을 지닌 소스들의 경우 연주 중심의 플로우를 구성하는가 하면, 시퀀싱이나 아르패지에이터 등을 활용해 고유한 라인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레이어들은 그 배경과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기도 한다. 물론 전자 음향의 엔벌로프나 모듈레이션의 변화를 통해 브라스의 비브라토나 퍼커시브한 라인의 흐름을 묘사하는 등, 기악적 연출을 위한 섬세한 활용을 보여주기도 한다. 각각의 라인들은 대부분 명료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을 살려 연주 음악으로서의 캐릭터를 부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와 같은 레이어들의 조합은 마치 뚜렷한 작은 불빛들이 모여 이미지를 완성하는 듯한 선명함을 선사한다.

 

인상적인 점은 프랑크의 앨범이 하나의 정형화된 양식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작법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연주적인 측면이 부각되기는 하지만, 기교보다는 음악적 메시지에 집중하며 절제된 표현을 중심으로 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각 트랙 고유의 개별적 특징에 따른 그 접근이나 구성 또한 구체화하고 있다. 곡에 따라 중심을 이루는 기악적 소스도 다양하며 그 전경이나 배경을 구성하는 방식 또한 세부적이며, 때로는 일렉트로닉의 모듈레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기악적 플로우를 보여주기도 한다. 동시에 개별 사운드가 지닌 상호 간의 밀접성을 활용해, 때로는 서로의 캐릭터를 보완하거나 대비를 연출하며, 작은 실내악적 소품을 연상하게 하는 곡부터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트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과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앰비언트라는 장르적 특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 안에 모던 클래시컬이나 일렉트로닉의 경향적 특징을 수용하는 방식은 무척 세련되었으며, 이를 활용한 작법 또한 그 의도에 충실하면서도, 제한된 규범 내에서 표출 가능한 다양성을 재현하는 보여주고 있다. 이는 마치 프랑크의 고유한 음악적 성격은 물론, 그 확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듯한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시네마틱하면서도 저마다의 고유한 이미지를 아름답게 완성하는 과정이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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