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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olo Fresu & Omar Sosa - Food (Tǔk Music, 2023)

 

이탈리아 트럼펫/플루겔호른 연주자 Paolo Fresu와 쿠바 피아노/키보드 연주자 Omar Sosa의 앨범.

 

파올로와 오마르는 각자가 지닌 문화적 특징을 자신의 음악에 반영하면서도, 서로의 합의를 완성할 수 있는 미묘한 공통점에 주목하고, 이를 기존 재즈의 보편적 언어 속에서 재현하는 인상적인 성과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재즈가 주변 장르와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의 표현을 확장하는 성격을 활용해 듀오의 창의적인 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재즈 내의 다양한 양식에 기반한 음악적 합의를 선보이는 등, 서로는 물론 자신의 음악을 대하는 유연한 접근을 담아내기도 한다.

 

둘은 2000년대 초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소사의 녹음에 게스트로 파올로가 참여하면서 함께 이룰 수 있는 음악적 합의와 창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켜 오랜 기간 꾸준한 공연 활동을 함께 이어가게 된다. 파올로의 레이블 Tǔk Music에서 둘의 공동 작업 Alma (2012)를 선보이며, 지난 시간 경험을 통해 습득한 서로의 음악에 대한 이해를 보여줬고, 이후 Eros (2016)에서는 새로운 공동의 주제에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맥락을 반영한 두 사람의 포괄적인 합의를 보여준다. 이탈리아와 쿠바 외에도 남미와 중동을 포함한 각국의 게스트 뮤지션이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유럽 및 지중해의 분위기를 반영한 풍부한 감성을 담아낸다.

 

이번 앨범에 대해 레이블에서는 “3부작의 완성”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는데, 지금까지 다뤄왔던 몸과 마음에 이어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음악적 탐구를 담고 있다. 단순한 미각의 즐거움 외에도 건강한 식습관과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등, 음식에 대한 윤리라는 시사적인 내용도 함께 다루고 있다. 약 1년 동안 레스토랑과 와이너리를 돌아다니며 그곳에서 채집한 현장 녹음을 활용해, 재료를 준비하고 음식을 요리하는 과정에서부터 세계 각국의 언어로 요리사, 소믈리에, 손님들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 등을 음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필드 리코딩은 진행 과정 속에서 루프와 샘플링을 통해 비트나 이펙트와 같은 음악적 진행의 자연스러운 요소처럼 녹아들고 있으며, 목소리는 연주자들의 임프로바이징과 자연스러운 중첩을 통해 마치 랩이나 음악적 내레이션처럼 구현되기도 하여, 작곡과 연주 중심의 진행을 통해 그 의미를 음악적으로 재현하는 통상의 과정을 보여준다.

 

전체 연주는 이와 같은 필드 리코딩과 듀엣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레이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일부 트랙에서는 이전 작업에서도 참여했던 제3의 멤버, 브라질 출신 첼리스트 Jaques Morelenbaum도 함께하고 있다. 앨범은 이전 작업에 비해 작곡의 의도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그 구성이 지닌 디테일을 구체화하기 위한 진행에서의 섬세한 조율을 포함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안에는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개방하고 있어, 전체 흐름은 무척 여유롭고 유연한 인상을 풍긴다. 내레이션 혹은 보컬의 진행 중에도 파올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라인을 전개하며 공간을 입체적으로 완성하고 있으며, 솔로 구간에서도 일관된 호흡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진행을 지속한다. 이번 앨범에서도 주변 장르와의 연관을 보여주며 듀오의 확장적 표현을 실현하고 있는데, 기존의 음악적 스타일 외에도, 필드 리코딩을 샘플링하여 연출한 비트 시퀀싱이나 랩 등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들을 포함해, 사운드를 배열하고 활용하는 방식에서는 앰비언트적인 특징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고, 첼리스트 자크와의 협연을 담은 일부 트랙에서는 모던 클래시컬 한 공간 구성과 진행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A çimma”를 제외하면 모두 파올로와 오마르의 오리지널로 이루어졌다. 작곡의 의도를 부각하고 있지만,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전개할 수 있는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연함은 여유로움으로 전해진다. 앨범은 다분히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식전 감사의 기도로 시작하며 그 의미의 일상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여기에 파올로와 오마르 특유의 낭만적 서사가 어우러지고 있어 풍요로운 정서적 울림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상대를 자신의 연주를 통해 온전히 반영하는 두 사람의 호흡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는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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