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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olo Fresu & Uri Caine - Two Minuettos (Live in Milano) (Tǔk Music, 2017)


이탈리아 트럼펫 연주자 파올로 프레주와 미국 피아노 연주자 유리 케인의 Teatro dell'Elfo 실황을 담고 있는 듀엣 신보.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이들 두 뮤지션의 공동 작업들이 선보였고, 발표했던 앨범들 마다 호평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번 레코딩은 라이브라는 환경 속에서 진행된 연주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는 다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간혹 부트랙을 통해 이들의 공연 실황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프레주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앨범 발매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이들의 정식 라이브 레코딩은 처음이다. Things (2006)와 Think (2009)에서 이 둘은 어떻게 듀엣의 공간을 정의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해 선보였는데, 공연이라는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듀엣에 대한 개념은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이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협주라는 기본적인 틀을 안에서도 구체적 표현에 있어서의 자율성을 유지하고, 사전에 합의된 임프로바이징의 구성 또한 진행의 안정적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라이브 레코딩이라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한 안정과 균형 위주의 연주는 재즈의 전통적 형식과 진행에 근거한 역할 분할이라는 이 둘의 기존 합의를 보다 더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둘 사이의 인터렉티브한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각자의 고유한 음악적 표출과 대응 또한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어 균형 속에서 나름의 다이나믹과 텐션도 경험할 수 있다. 바흐, 스트로치, 말러부터 거슈인, 에덴 바베즈, 조니 미첼, 레논 등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두 연주자 사이에서 형성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상의 대면 방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에서 많은 가수들이 불렀던 "Almeno tu nell'universo"는 프레주의 서정적 프레이즈와 케인의 포근한 연주가 조화를 이룬 인상적인 곡으로 기억에 남는다. 기존 앨범들의 기본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반가운 레코딩이다.

2017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