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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eter Gregson - Patina (Deutsche Grammophon, 2021)

스코틀랜드 첼리스트 겸 작곡가 Peter Gregson의 정규 다섯 번째 앨범. 현대 작곡 혹은 모던 클래시컬 작업과 관련한 DG의 태도는 마치 기존 고전의 연장에서 현재 진행 중인 현상으로 이를 대하는 듯하다. 내부적으로는 그 경계에 대한 기준은 존재하는 듯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적어도 그 바운더리는 분류를 위한 편의에 불과하고 오늘날 진행 중인 고전음악의 새로운 진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방적인 수용성을 견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피터의 작업이 아닐까 싶다. 피터는 영상은 물론 무대 공연을 위한 다수의 작곡은 물론 자신의 개인 작업을 통해 현대 고전 음악에서 우회할 수 없는 음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해당 장르에서 DG를 대표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감염병 사태로 인해 예정된 공연 일정이 취소되었고, 연주와 객석에 대한 간절함을 이번 작업에 담아낸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전 공개된 공식 영상이 아닐까 싶다. 멜로디를 중심으로 하모니, 베이스 라인, 카운터, 텍스쳐 등을 정교하게 점층해 섬세한 레이어를 구성하는 방식은 고전적인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 진행을 통해 텍스쳐와 하모니가 전면에 부상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은 마치 현대적인 시퀀싱을 연상하게 한다. 전통적인 연주 악기와 현대적인 일렉트로닉의 활용은 이미 익숙한 접근이긴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피터는 그 둘 사이에 이룰 수 있는 다양한 균형의 예를 보여주는 듯한데, 이는 대비와 대칭이 아닌 동일한 음악적 배열 속에서 어떻게 위치 지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사고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패드, 사운드 스케이프, 이펙트는 물론 스텝 시퀀싱을 통한 적극적인 개입까지 허용하고 있어 기존의 고전적인 언어와 표현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어떻게 갱신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사하기도 한다. 특히 돌비 애트모스 버전으로 공개된 스트리밍 음원에서는 정교한 공간의 배열을 통해 음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입체적인 사운드의 이미지로 연출하고 있는데, 마치 청자의 위치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다양한 방식을 염두에 둠으로써 현재 상황에서 부재한 존재인 관객에 대한 간절함을 기술을 통해 구현한 느낌을 전한다. 앨범의 타이틀을 통해 이미 전한 것처럼 오늘날 우리가 청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그윽한 고색창연함이 무엇인지 잘 녹여낸 앨범이다.

 

20210911

 

 

 

related with Peter Gregson

- Peter Gregson - An Evening at Capitol Studios: Bach Recomposed (Deutsche Grammophon, 2021)
- Peter Gregson - Untitled for 7 Dancers (Deutsche Grammophon, 2021)
- Peter Gregson - Quartets: One-Four (Deutsche Grammophon,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