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첼리스트 겸 작곡가 Peter Gregson의 미니 앨범. 이번 앨범은 Gauthier Dance Company와 Cayetano Soto를 위해 Theatrehouse Stuttgart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Daniel Pioro와 Carducci Quartet이 연주에 참여하고 있고 피터는 신서사이저를 이용한 다양한 배음과 효과를 담당하고 있다. 녹음은 2019년 말에 이루어졌지만 감염병 사태로 인해 연기된 공연이 조만간 개최되기로 확정됨에 따라, 그 일정에 맞춰 미리 이번 EP가 발매되었다. 무대를 위한 작업인 데다 곡들이 공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EP를 듣다 보면 그 분위기가 대략적이나마 연상되기도 한다. 일렉트로닉, 솔로이스트, 현악사중주의 구성을 지닌 녹음은 각각의 레이어에 따른 역할에 비교적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때로는 그 모습을 다양하게 변화를 주는 유연함을 보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전체의 라인은 다니엘이 이끌어가고 쿼텟은 그 주변에서 곡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양식의 협주를 이어가는데, 솔로의 텍스쳐를 보다 풍부하게 묘사하는 사운드 스케이프를 펼치는가 하면 때로는 전체의 공간을 실내악적인 합주의 형태로 확장하여 고전적인 표현을 이어가기도 한다. 여기에 피터의 신서사이저가 개입하는 방식은 무척 신선하다. 일반적인 효과를 구성하기도 하지만 현악 사운드에 에어리 한 애트모스피어를 완성하는 리버브처럼 작용하는가 하면 때에 따라서는 스트링과 배음을 구성할 수 있는 브라스나 패드 계열의 사운드를 통해 풍부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등, 전면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나름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곡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무대 공연을 위한 작곡이면서도 필름 스크롤링을 위한 음악 같은 느낌도 들고 있어 이미지너리 한 서정을 지닌 것이 무척 매력적이다. 다음 달 발매 예정인 정규 앨범에 대해 기다림을 견디게 해주는 인상 깊은 인터미션이다.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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