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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eid Willis - Sediment (Mesh, 2023)

 

미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Reid Willis의 앨범.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레이드는 8살 때부터 작곡을 시작했고, 고등학생 시절 가정용 컴퓨터로 완성한 앨범을 자주 발매로 선보였다고 한다. 대학원에서 작곡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에서 음향 공학 및 음악 제작을 공부했으며, 여러 기업과 브랜드를 위한 음악과 더불어 영상 관련 작업에도 참여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레이드의 실질적인 음악 활동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했지만, 공식적으로는 The Sunken Half (2013)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장의 풀렝스 앨범을 선보이고 있으며, Mother Of (2020)을 피아노 리메이크한 미니 앨범 Mother Of: Piano Reworks (2021)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작업이다. 그의 음악은 이미 10여 년 전에도 복합적 다면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지만, 그 세부적인 방식과 구체적인 형식은 더욱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개별적인 악기의 소스는 물론, 텍스처나 노이즈, 공간 및 사운드 이펙터 등의 모든 세부적인 음악적 요소들을,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관리하는 듯한, 거대하면서도 통합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서도 불안과 평온이 교차하는 극적 대비를 완성하고 있어 일련의 연속성을 경험할 수 있지만, 궁극에는 그 해소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존재하기도 한다. 복합적인 구성을 지닌 정교한 사운드와 공간을 표현하고 있으며, 때로는 테마 자체가 간결하고 미니멀한 특성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주변적인 사운드와 효과의 변화를 통해 양가적인 감정의 흐름을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공간적 특성의 변화를 극적으로 활용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공간계 이펙터를 통해 연출하는 분위기를 넘어, 사운드 그 자체의 음압을 조율하며 밀도나 압박감을 직관적으로 연출하는가 하면, 그 변화를 통해 공간적 특징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그 흐름의 대비를 통해 음악적인 이야기를 완성하기도 한다. 강한 음압으로 다가오는 매시브 한 총체적 사운드가 콤프레싱 된 고립적 공간 속에서 울려 퍼지는 피아노와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는 등,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두 개의 공간이 서로 충돌하거나 대면하면서 연출하는 분위기는 극적이면서도 무척 입체적이기도 하다.

 

몰입적인 공간 연출과 극적 변화를 더욱 섬세하게 완성하는 것은 개별적 특징을 지닌 사운드의 정교한 큐레이팅과 그 활용이다. 다양한 특징을 지닌 여러 소스를 복합적인 조합으로 완성한 구성을 통해 강한 힘을 지닌 매시브 한 음향을 완성하면서도, 각각의 라인이 지닌 고유한 캐릭터를 부각하고 있어, 몰입적인 입체감을 연출한다. 깊은 극저역에서의 기민한 사운드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한편, 초고역에서의 섬세한 소리의 흐름을 반영하는 등, 폭넓은 음역대의 다이내믹을 활용하여 극적이면서도 안정적인 균형감을 만들어 내는 점은 인상적이다. 전자 음향을 비롯해 기타, 피아노, 현악기, 하프 등과 같은 다양한 연주 악기의 특성을 사용하고, 각각의 소스가 지닌 고유한 텍스쳐, 기악적 혹은 상징적 특징, 이들이 이루는 대비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이 모든 캐릭터를 개별화하고 고유한 기능을 지닌 요소들로 세분화하여, 편곡과 구성 과정에서 이를 선택하고 통합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때문에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고유한 경계 자체가 무의미하며, 마치 오케스트레이션과도 같은 통합적 활용이 인상적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 또한 다면적인 특성을 지닌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며, 그들 사이의 연관 또한 사운드만큼이나 복합적인 양식 속에서 서로를 대면한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일련의 패턴에 의해 구조화된 진행이 아닌, 다양한 요소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구성 그 자체가 내적 긴장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는 듯한, 때문에 그 자체로 생생하면서도 때로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유기성은 개별 곡 사이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전곡의 요소들이 다음 트랙으로 전이를 이루며 새로운 진화를 발생하는 듯한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리 그 자체가 전해는 음향의 쾌감은 물론, 비장함 안에 스며든 미적 서정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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