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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eid Willis - Mother Of: Piano Reworks (Mesh, 2021)

미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Reid Willis의 미니 앨범. 레이드는 복합적인 질감의 사운드를 조합해 웅장한 비주얼을 연상하게 하는 시네마틱 한 분위기의 음악을 주로 선보인다. 다분히 무겁고 때로는 어두운 느낌도 들지만 감각적인 전개와 과감한 사운드 큐레이팅으로 극적인 내러티브를 완성하여 나름의 고유한 매력을 어필한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 고전적인 클래식 훈련과 대학 때의 전문 교육을 바탕으로 작곡에서 뛰어난 음악적 구성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그의 음악 전반에 걸쳐 깔린 우울함을 자극하는 미묘한 화음과 질풍노도와도 같이 거칠게 내딛는 진행을 예술적으로 완성하는 바탕을 이룬다. 이와 같은 레이드의 음악적 특징이 집약된 가장 최근의 예가 Mother Of (2020)로 복잡하게 얽힌 리듬 패턴과 다양하게 조합된 복합적인 사운드의 스펙트럼을 이용해 영화적인 내러티브를 선보인다. 이번 EP는 해당 앨범에 수록된 6개의 곡을 선별해 피아노 중심의 편곡을 통해 새롭게 녹음한 작업을 담고 있다. 통상적인 리믹스와는 달리 이번 작업은 마치 전작의 수록곡들을 해체해 핵심을 이루는 테마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타이틀의 부제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편곡을 이루고 있어 전체적으로 확연하게 정돈되고 차분해진 레이어링을 보여주고 있다. 피아노 연주 자체가 화려하거나 현란하지 않은 절제된 주법인 데다 핵심을 이루는 멜로디 자체가 명료하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모던 클래시컬 특유의 접근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테마 자체가 워낙 무거운 데다 플로우 자체가 극적이어서 레이드 특유의 정서적 분위기가 핵심 요약처럼 드러난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낮은 음역대의 키로 곡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인트로를 구성하거나 전체 진행에서의 극적 텐션을 불어넣는 등의 방식으로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피아노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균일하지만, 진행의 경과에 따라 톤에 변화를 주어 미묘한 정서적 동요를 유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러티브에 따른 디테일을 구성한다. 여기에 전자 악기를 이용한 섬세한 사운드 스케이프는 피아노의 리버브와 독특한 배음을 이루며 공간의 밀도에 무게를 더하기도 하고, 때로는 비트 시퀀싱을 이용해 레이드 특유의 감각적 형상을 IDM의 형식을 빌려 완성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가 하면, 이펙트나 필드 리코딩을 활용한 디테일의 구성도 볼 수 있다. 원곡의 화려하면서도 비장한 모습과는 다른 음악적 재구성임은 분명하지만, 그 정서적 느낌에서 절묘한 동질감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는 어쩌면 레이드가 작곡을 통해 완성한 뛰어난 스토리 텔링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돌비 애트모스로 마스터링을 준비 중이라는데 공간 음향이 적용된 원곡과 피아노 리워크의 느낌은 어떨지도 궁금하다.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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