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각 및 음향 예술가 Stephen Vitiello의 사운드 트랙 앨범 두 장. 거의 동시에 발매된 이 앨범들은 미국 영화감독 Lynne Sachs의 작품을 위해 작곡된 곡을 비롯해 영화에서 발췌한 사운드를 수록하고 있다. 백남준의 조력자로도 유명한 스테판은 현대 설치 예술 분야에서 성공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작업의 연장에서 음악도 함께 다루고 있다. 린 또한 198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실험적이고 사회성 강한 영화를 다사 발표했다. 린의 제안으로 2013년부터 스테판과 함께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번 앨범들은 Your Day Is My Night (2013), Tip of My Tongue (2017), The Washing Society (2017), Film About A Father Who (2020) 등의 다큐멘터리를 위한 음악 작업을 포함하고 있다. 스테판은 물론 린 또한 자신의 작업 대상을 종합예술의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중 음악만 따로 떨어트려 놓고 살펴본다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이 앨범들을 음악 그 자체로 감상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는 듯하다. 어떤 곡은 단순한 엔벌로프나 LFO의 변조를 통한 모듈러 신서사이저의 테스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떤 트랙은 영화 속 사운드 트랙을 발췌하거나 이를 변조한 듯하여 전체적으로 일관된 흐름을 읽기 어렵고, 그 느낌 또한 산만하고 난해하기 이를 데 없다. 전체적으로 음악이라는 사운드와 효과라는 인상이 강한데, 영화의 트레일러 영상을 참고해 그 속에서 이와 같은 음향의 집합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살펴본다고 해도 이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접 영화를 본다면 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그런 수고를 기울이면서 그 의미와 의도를 이해하고 싶지는 않다. 그나마 Vol. 2의 YDMN을 위한 트랙에서 보여준 명상적이고 회고적인 분위기는 인상적으로 기억될만하다. 그 부분을 다룬 8개의 트랙만 따로 놓고 본다면 어쩌면 다른 이야기가 가능할 수도 있을 듯하다. 내 인지 능력과 소양의 한계를 느끼게 해 준 앨범들이다.
20210420
related with Stephen Vitiello
- Michael Grigoni, Chihei Hatakeyama, Stephen Vitiello - Earth Awhile (White Paddy Mountai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