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타리스트 Michael Grigoni와 전자음악가 Stephen Vitiello 및 일본의 Chihei Hatakeyama의 협업 앨범. 작년 초 마이클과 스테판의 공동 작업 Slow Machines (2020)은 신구의 만남에서 오는 서로 다른 음악적 배열을 통해 신선한 사운드를 경험하게 해 줬다면, 이번 앨범은 하타케야마의 참여로 이전 작업의 표현을 더욱더 세밀하게 변화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앨범의 경우 기타, 전자 효과, 필드 리코딩 등 다양한 음원을 조합해 마치 느리게 작동하는 기계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듯한 표현이 인상 깊은 작업이었다. 이번 앨범의 경우 이전 작업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사운드의 텍스쳐나 그 느낌에서는 다른 인상을 준다. 현실과 환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표현했던 무거운 사운드 대신, 더욱 밝아진 톤에 소리 사이의 경계도 훨씬 느슨해졌고 공간의 밀도 또한 여유로워진 모습이다. 마이클과 스테판의 공간에 하타케야마를 얹혔다기보다 둘의 공간을 새로 온 뮤지션에게 일정 부분 할애함으로써 다른 음악적 콘텍스트를 완성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묘사적 디테일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는 세 사람이 모여 마디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완성하는 진행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다양한 특징을 지닌 레이어들이 하나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과정은 인상적이다.
20210203
related with Chihei Hatakeyama
- Chihei Hatakeyama - Void XXII (White Paddy Mountain, 2021)
related with Stephen Vitiello
- Stephen Vitiello - Soundtracks For Lynne Sachs Vols. 1 & 2 (Room40,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