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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angent - Presence Reverts to Absence (n5MD, 2023)

 

네덜란드 드러머 겸 사운드 디자이너 Ralph van Reijendam과 보컬리스트 겸 사운드 엔지니어 Robbert Kok의 듀오 프로젝트 Tangent의 앨범.

 

10여 년 전, 두 명의 뮤지션은 전자 음악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반영하여 탄젠트라는 듀오 프로젝트를 결성했고, 각자의 재능을 결합하여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을 접목한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연주 악기와 전자 음향의 대비에 주목한 이들의 초기 작업은 이후 둘 사이의 유기적 연관을 포착하고 이를 구조화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이루었으며, 그만큼 각각의 앨범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과 더불어, 탄젠트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 탄젠트의 음악에서 어쿠스틱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아한 멜로디와 개성 넘치는 비트 시퀀싱이 조화를 이루며, 풍부한 사운드스케이프 속에서 가상의 내러티브를 연출하는 자신들만의 분위기를 구체화하기도 한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세계관을 담아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개별 작업이 지닌 고유한 테마를 사운드를 통해 구체화하는 일관성은, 때로는 시니컬하면서도 우울한 듯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름 은유적이면서도 사색적인 매력을 지니기도 한다.

 

이전 여러 작업에서 보여준 일련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여섯 번째 앨범에서 보여준 파격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마치 지금까지의 관행적 표현을 새롭게 갱신하기라도 하듯, 구성은 매우 복잡해졌고 진행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더불어 그 표현 또한 매우 강한 음압과 높은 밀도 속에서 재현되고 있어, 탄젠트의 작업에 뭔가 새로운 접근이 개입했음을 쉽게 짐작하게 된다. 설명에 따르면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로 함께 모여 작업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LP 기준 각 한 면씩을 각자 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때문에 앨범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에는 사운드 결이나 공간의 특성에서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앨범 전체 콘셉트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기라도 하듯, 그 분위기에서는 나름의 일관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큰 특징은 각각의 사운드가 서로 대면하는 방식에서 강한 텐션을 유발하며 공간을 음압과 밀도로 채우고, 일련의 긴장을 구조화하는 방식의 진행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거친 텍스쳐의 사운드도 눈에 띄며 비트의 어택도 무척 짧으면서도 강렬하여, 다분히 글리치 한 감정의 폭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정교한 레이어링에 기반한 선형적인 양식의 진행과 달리, 흐름 속에서 다양한 구성을 교차하여 극적 변화를 매 순간 유도하기도 한다. 다양한 특징을 지닌 요소의 배열과 복합적인 대비를 통해 형성하는 긴장은 물론, 총체적인 사운드 공간의 밀도를 통해 지속하는 분위기는 비장하면서도 때로는 암울하기까지 하다. 전반부는 사운드 필드의 거친 분위기 속에서도 고전적인 신서사이저나 피아노의 라인을 활용해 연출한 우아한 멜로디와 비정형적인 비트의 결합을 통해 복합적인 묘사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후반부는 이와 같은 흐름을 상대적으로 보다 개방적인 공간 속에서 재현하면서도, 다양한 모티브를 활용해 극적 변화를 이끌어내며 정교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한다.

 

앨범의 디스토피아적인 묘사와 이야기는 마치 지난 재앙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일상에 대한 감정을 폭발적인 형태로 다룬다는 인상을 줄 만큼 강렬하다. 강한 인상을 지닌 사운드와 텍스쳐의 배열과 그 관계의 복합적인 변화 속에서도, 모든 요소들은 대칭적인 균형과 감각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일련의 규칙성을 확인하며 음악적 구성을 체계화한다. 때로는 역설적이면서도 격한 감정의 충돌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 모든 표출을 가장 온전한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어, 미적이면서도 완벽하다. ‘존재가 부재로 되돌아간’ 지닌 일상에 대한 위로도 좋지만, 때로는 이와 같은 직설적인 감정의 표출도 분명 필요하다.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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