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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en Eriksen Trio with Andy Sheppard - As Good As It Gets (Rune Grammofon, 2023)

komeda 2023. 10. 7. 20:53

 

노르웨이 출신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Espen Eriksen Trio와 영국 색소폰 연주자 Andy Sheppard의 앨범.

 

피아노 겸 작곡 Espen Eriksen, 베이스 Lars Tormod Jenset, 드럼 Andreas Bye로 구성된 EET의 편성 자체가 들려주는 풍부한 서정과 깊이 있는 정감만으로도 고유한 빛을 발하고 있지만, 앤디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업은 그 나름의 새로운 감성을 연출하기도 한다. 2016년부터 시작한 이들의 협력 관계는 Perfectly Unhappy (2018)와 In The Mountains (2022)로 이어지는 스튜디오와 라이브 녹음을 결실로 선보였고, 이번 앨범은 트리오와 앤디의 협업을 포함하는 세 번째 작업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작업은, 마치 이들 네 명의 라인-업이 또 하나의 팀-워크를 이룬다는 인상을 줄 만큼, 단순한 기존 트리오의 피처링이나 확장이 아닌, 고유한 분위기와 색감을 연출하고 있다. 오랜 기간 녹음과 공연을 통해 축적한 서로의 협력 관계에 기반한 음악적 결속력이 돋보이며, 이제는 마치 한 팀처럼 상호 간의 호흡에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ET와 앤디가 기존 각자의 활동에서 보여준 음악적 특징을 떠올린다면 북유럽의 서정과 전통의 감각이 나름의 효율적 절충을 이룬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만, 자신들의 음악적 캐릭터를 서로에게 반영하며 안정적인 호흡을 완성하는 과정은 무척 자연스럽다. 단순히 트리오와 게스트의 관계를 넘어서, 네 명의 뮤지션이 하나의 공간을 기능적으로 공유하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유기성을 보여준다. 에스펜의 작곡 자체가 이미 이와 같은 합의를 염두에 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색소폰이 담당하는 프런트의 역할에 대해서도 충분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만큼 앤디의 능동성과 프레이즈가 큰 역할과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곡을 리드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고, 트리오는 이와 같은 색소폰의 개방성에 비교적 여유롭게 대응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트리오의 공간에 앤디가 녹아든 모습은 안정적이며, 그 팀-워크가 그 어느 때보다 유기적으로 완성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이처럼 색소폰이 만들어 내는 라인의 역할을 부각하고 있음에도, 전체의 음악적 분위기와 여유로운 밀도감은 트리오 고유의 캐릭터에 수렴한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멜로디의 역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내밀함을 바탕으로 완성하는 트리오 고유의 여유로운 공간 속에 유기적으로 녹아들고 있으며, 색소폰조차 트리오의 관조적인 상호 간의 인과성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며, EET의 공간에 자신의 색을 더하고 있다. 피아노와 색소폰이 함께 연출하는 다양한 프레이즈는 음악적인 정합성 속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독특한 하모닉스를 만들어 내며 곡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섬세하게 완성하는가 하면, 이에 대응하는 베이스와 드럼의 반응은 일정한 거리 속에서도 여유로운 기민함과 민첩성을 보여주고 있어, 예상외로 전체 곡은 나름의 고유한 입체감을 지니기도 한다. 이를 통해 차분한 호흡 속에서도 세밀한 역동을 구현하고 있으며, 그 생생함이 듣는 이에게 직관적으로 전해지는 것은 이들 연주의 큰 미덕이기도 하다.

 

앨범 전체의 분위기는 북유럽 특유의 감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안에 담고 있는 화사한 생기는 물론 절제된 우울감 등, 이들이 재현하는 다양한 분위기의 연주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지적인 고유함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 EET의 특징을 충분히 담고 있는 작업이면서도, 앤디와의 협업의 의미와 효과를 극대화한 녹음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축적인 음악적 신뢰뿐만 아니라, 인간적 친밀감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한 앨범이다.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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