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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è & City of Dawn - Ash (Azure Vista, 2023)

komeda 2023. 10. 11. 20:28

 

활동명 zakè로 유명한 Zach Frizzell와 City of Dawn로 활동 중인 Damien Duque의 협업 앨범.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는 드론과 앰비언트라고 해도 그 안에 포함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생각한다면, 해당 범주 안에서의 뮤지션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고유한 개성과 특징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경향적인 특성을 공유하지만 공통점보다는 각자의 차이가 더 명확히 부각되기도 하며, 때로는 전혀 다른 음악적 캐릭터로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재크와 데이미언은 오히려 서로의 유사점에 더 주목하게 되면서도, 함께 이루는 독특한 음악적 시너지는 개별 작업과는 다른 창의적 완성을 보게 된다. 자신들의 고향인 텍사스와 인디애나의 광활한 풍경을 반영한다고 밝히고 있는 이들은, 2020년 초부터 일련의 작품을 시작으로 공동 작업을 꾸준히 선보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Agape (2022)를 발표하며 호응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그 후속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꾸준한 협력적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여러 소스들을 중첩해 완성한 재크의 섬세한 드론은, 그 자체의 고유한 하모닉스는 물론 복합적인 텍스쳐 등을 포함하며 다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간결한 코드를 기반으로 만들어 내는 데이미언의 공간과 이루는 조화는, 마치 공기의 흐름을 묘사하는 듯한 오케스트레이션의 플로우를 보는 듯하다. 구성의 간결함은 이들이 활용하는 사운드에서도 드러나는데,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 개별 소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개별 곡은 물론 앨범 전체는 고유한 분위기와 흐름에 알맞은 섬세한 큐레이팅을 통해, 나름의 균일한 캐릭터의 조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텍스쳐는 외부로 드러나 노이즈와 같은 효과를 연출하며 로우-파이적인 감성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스 하나하나의 고유한 캐릭터가 서로 유기적인 중첩을 이룰 수 있는 매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개별 곡의 고유한 특징은 물론 앨범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한다.

 

구성 자체는 무척 간결하지만, 복합적인 특성을 지닌 소스의 중첩과 고요한 라인의 흐름이 상호 융합하며 연출하는 소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을 지닌 유기체와도 같은 독특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안에 포함하고 있는 복합적인 텍스쳐들의 생동감으로 인해, 그 흐름은 청각은 물론 촉각과 시각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고요함 속에 밀도를 서서히 응집하며 완성하는 플로우는, 이처럼 다양한 감각의 반응을 유도하며, 입체적인 형상으로 전해진다. 단 두 마디 정도의 간단한 코드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음악적 흐름 속에서도, 밀도의 변화와 섬세한 움직임을 포착하는 다양한 방식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으며, 때로는 그 구성의 외부에서 개입하는 사운드의 플로우를 통해 그 다면성을 더욱 복합적으로 연출하기도 하는가 하면, 곡의 특징을 선명하게 완성하기도 한다.

 

음악은 자신의 고유한 메시지를 애써 전달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총체성을 통해, 있는 그대로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듯한 미덕을 간직하고 있다. 과장도 없고 극적 요소를 배제하여 담담하지만, 이러한 음악과 흐름이 지닌 진솔함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몰입을 제공하여, 재크와 데이미언 두 음악가의 캐릭터를 반영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침전하며 완성한 미적 조화와 균형이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는 앨범이다.

 

 

20231011

 

 

 

related with Zach Frizzell (as zakè, Pillars et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