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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illars - Cavum (Dunk!, 2019)

 

미국의 포스트-록 밴드 필라스의 두 번째 풀타임 리코딩. Marc Ertel (g), Justin Williams (g), Nason Frizzell (b), Zach Frizzell (ds) 등 4인의 뮤지션으로 구성되었다. 멤버 전원은 개별 활동 혹은 다른 그룹에 속한 전문 연주자들로 필라스는 단일한 음악적 지향으로 뭉친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2015년 처음 결성된 이후 첫 정규 앨범인 Of Salt And Sea (2017)를 비롯해 이번 녹음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활동은 지속적이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정형화된 형식으로 받아들이는 포스트-록의 경향성에 충실한 연주와 사운드를 들려주는 동시에, 메탈 그라운드의 강렬함과 인디적 감성을 겸비하여 필라스의 고유한 음악적 색감을 완성한다. 여기까지 본다면 사실 이들만의 고유한 특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전작까지만 하더라도 개별 곡에서 보이는 일련의 정형화된 패턴과 그에 따른 진행이 두드러졌다. 포스트-록을 장르적 형식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견해에서 본다면 이들의 음악은 가장 오디너리 한 접근을 취한 것이다. 사실 이번 앨범도 이러한 규범적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경향성을 다시 답습하는 관성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사운드의 레이어를 구성하는 디테일에서의 변화는 물론, 진행에서의 음악적 연계를 이어가는 섬세한 연출 등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면모임은 틀림없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곧바로 근본적인 음악적 색감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미묘한 질감으로 반영되어 필라스의 음악을 더욱 매력적으로 들리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일련의 정형화된 경향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고착되는 포스트-록의 장르적 특성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디테일이 개별 그룹의 유니크함을 확정하는 지표일 수 있다. 만리포에도 똑같은 모래알은 단 한 톨도 없다.

2019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