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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Édouard Ferlet - Pianoïd (Mélisse, 2021)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Édouard Ferlet의 앨범. 에두아르가 들려주는 음악과 관련한 진지한 대화는 확고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담고 있어 때로는 집요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고, 또 때로는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그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업들의 궤적 속에서는 새로운 음악적 고민을 담고 있어 신선하며, 이번 녹음과 유사성을 보여주는 동시대 재즈를 포함한 다른 장르의 성과들과 비교해도 에두아르의 독창성은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 10년 가까이 Bach와 고전 음악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언어와 표현을 완성했다면, 이번 녹음은 그동안의 성과를 전위시키며 새로운 음악적 접근에 도달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솔로 작업으로 완성된 이번 앨범은 '피아노이드'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신의 악기가 지닌 표현에 기반을 두면서도, 그 사운드를 확장하고 그 공간을 담아내는 경계의 범주를 재해석하는 일련의 실험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미디와 Ableton Live를 이용하여 피아노의 사운드를 다양하게 재해석하고 이를 하나의 공간 속에 재배열하는가 하면, 전통과는 다른 임프로바이징의 유연한 능동적 활용을 통해 기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에두아르만의 고유함을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앨범을 재즈의 관점에서 클래식과 일렉트로닉 등이 결합된 단순한 융합물로 보이게는 에두아르의 음악이 지닌 다면성을 포괄하지 못하며, 그렇다고 이와 유사한 유형적 특징을 보여주는 주변 장르의 여러 성과들과 비교하더라도 그의 작업이 내포하는 오리지널리티는 단연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VST와 프로그래밍된 소리를 활용하면서도 대부분의 사운드는 피아노와 그 악기에서 파생된 듯한 다양한 음향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톤, 다이내믹, 리버브 등과 같은 기본적인 특징의 대비와 배열은 물론 타악기나 하프와 같은 표현 또한 피아노의 몸체와 기계 장치 등을 통해 재현한 것 같은 유사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재즈와 클래식은 물론 에스닉 한 분위기의 민속 음악적인 테마를 더해 현재의 악기 구성으로 단순히 사운드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치밀하게 조율된 다양한 사운드로 정교한 구성을 이루면서 그 내부에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확장하는 방식 또한 인상적인데, 마치 구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안착된 즉흥의 모티브는 에두아르의 음악이 지닌 유니크한 일면을 드러낸다. 마치 연주자와 악기들의 유기적인 대화를 보는 듯하여 참으로 매혹적인 앨범이다.

 

2021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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