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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Édouard Ferlet - Think Bach, Op. 2 (Mélisse, 2017)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에두아르 페를레의 신보. 데뷔 초기에 선보였던 유러피언 취향의 실험적인 음악 작업과 더불어 페를레는 바흐 음악의 해체와 관련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이 앨범은 그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Think Bach (2012)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바흐에 대한 음악적 고찰이다. 그 중간에 하프시코드 연주자 Violaine Cochard와 함께 Bach: Plucked/Unplucked (2015)를 녹음하기도 했는데, 클래식과 재즈의 대위적 위상차에 방점을 두고 진행된 연주라고 본다면, 앨범을 포함한 Think Bach 시리즈와는 조금은 상이한 음악적 스탠스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재즈씬에는 수 많은 바흐 리바이벌 앨범들이 있었지만 바흐의 테마를 재즈의 진행 방식으로 재구성하거나 재즈 피아노 연주법으로 재해석 하는 등의 일률적 방법론에서 대부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영어 think라는 일상적 단어를 불어로 해석했을 때 전해지는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해보면 기존 재즈 뮤지션들의 바흐 연주와는 다른 페를레의 생각(penser)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페를레의 바흐 해석을 듣는 순간 엉뚱하게도 Louis Althusser가 고등사범학교 제자들과 함께 저술한 Lire Le Capital이 떠올랐다(공교롭게도 페를레 또한 파리 École Normale 음악원 출신이다). 마르크스의 고전에 대한 구조주의적 읽기가 결국 모더니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가능성을 개방했던 것처럼, 바흐에 대한 페를레의 태도(penser)가 재즈에 대한, 적어도 그 표현에 있어서의 폭 넓은 사고(penser)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러니라면 페를레가 바흐의 평균율을 재즈의 펜타토닉 스케일로 추상화시켜 전혀 다른 화성의 조합 속에서 연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푸가나 무반주 바이올린 조곡을 재현하는 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피아니스트의 음악적 한계라기 보다는 그 어떠한 해체적 실험조차도 바흐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숙명을 페를레는 자신의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2017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