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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øjeRum - Cette Mer Qui Est en Toi (Fluid, 2021)

øjeRum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덴마크 전자음악가 Paw Grabowski의 앨범. 그의 음악은 매번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연민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아트 워크와 함께 제공되는데, 둘 사이의 연관이나 은유적 관계를 상상하며 감상하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하지만 커버와 음악 사이의 관계를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곡 그 자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나 본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벽을 넘어야 할 것 같은 심리적 부담을 매번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포의 음악은 묘사와도 거리가 멀고 서술적인 친절함과도 동떨어져 있다. 마치 어제도 내일도 무수히 되풀이될 것만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으라는, 감정과 사색을 배제한 사실 그 자체만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앨범에 수록된 3개의 트랙은 공교롭게도 길이가 21분 58초로 같거나 몇 초 짧으며, 그 구성 형식이나 이미지는 물론 사운드의 텍스쳐 또한 무척 닮았다. 사운드 그 자체의 미묘한 온도 차이를 제외하면 많은 유사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치 하나의 곡을 세 개의 테이크로 각각 연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트랙들이 모두 원테이크 라이브로 편집 없이 녹음되었다는 점으로, 작가의 강박적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타이틀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너 안에 존재하는 바다를 표현하기라도 하듯 잔잔하게 이어지는, 끊임없는 신서사이저의 웨이브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암시를 내포하는 파도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 이미 존재하는 바다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는 각자의 경험에 달린 문제이듯, 포의 음악은 그냥 그렇게 존재할 뿐인 것처럼 들린다.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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