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 중인 색소폰 연주자 İlhan Erşahin, 기타리스트 Dave Harrington, 드러머 Kenny Wollesen의 트리오 앨범. 이와 같은 인적 조합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지 가장 궁금하다. 일렉트로닉 듀오 Darkside의 멤버로 전자음악의 사운스 스케이프 속에서 앰비언트 기타를 이용해 독창적인 음악을 선보인 데이브와, 전설적인 그룹 Sexmob의 일원이자 John Zorn, Bill Frisell, Norah Jones 등과 정기적인 협업을 이어오는 케니는, 이한이 소유한 뉴욕 소재 클럽에서 몇 차례 잼 세션을 함께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통의 관심사를 반영해 완성한 작업이 이번 앨범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이번 앨범의 콘셉트를 Robert Altman 감독의 고전 The Long Goodbye (1973)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 이들의 연주는 당시 시대를 연상하게 하는 레트로 한 분위기와, 영화의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떠오르게 하는 누아르풍의 음산함과 퇴폐미를 품고 있기도 하다. 음악적인 양식에서는 멤버들의 다양한 경험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전자음향과 록의 절묘한 융합을 이루는 클라우트 스타일에서부터, 유연하게 반응하는 펑크를 비롯해, 누아르적인 분위기의 일렉트로닉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이를 재즈에 근거한 언어적 규칙으로 엮어내고 있어 다면적인 형상의 독특함을 간직한다. 연주는 라이브 세션 특유의 터프한 면모와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 정교한 레이어링이 결합하여 묘한 이중적인 매력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이는 앨범이 담고자 했던 콘셉트에 알맞은 영화적인 질감을 절묘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의 연주에는 다양한 장르적 표현과 더불어 사운드 자체가 간직한 독특한 텍스쳐가 절묘한 혼합을 이루고 있어, 마치 6말7초의 시대상을 반영한 레트로 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때로는 CTI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재즈의 집단적 융합이 완성한 그루브가 연상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그 시절의 정서적 혼란과 절망이 혼재된 낭만적 퇴폐가 떠오르기도 한다. 다분히 과거의 성공적 요인들에 의존한 작품처럼 비칠 수도 있겠지만, 그 요소들을 활용해 완성한 성과는 현대적이고 감각적이다. 어쿠스틱 악기들의 조합을 일렉트로닉을 이용해 폭발적인 응축을 이루는가 하면, 단일한 코드로 진행되는 그루브 한 공간을 견고한 하모닉 프레임 워크를 이용해 개별 솔로 공간을 개방하는 등의 모습에서, 노련한 음악적 창의가 어떻게 집단화된 창작을 이루었는지 엿볼 수 있다. 여러 음악적 요소들을 하나의 단일한 질감으로 응축하고, 이를 다시 다양한 표현으로 정교하게 풀어내면서도, 이 모든 것들이 쉽고 여유 있게 들리도록 한다는 점에서 세 명의 뮤지션들이 지닌 선수다운 모습이 잘 드러난다. 특히 사운드를 이용해 시각적인 내러티브를 훌륭하게 완성한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는 앨범이다.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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