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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 Cerulean State - I Thought You Would Give Me a Place (AmbientMusicalGenre, 2018)


스웨덴 출신의 젊은 뮤지션 Alexander Skoog의 프로젝트 어 세룰리안 스테이트의 신보. 모던 클래시컬이나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을 접하다 보면 전문적인 음악적 훈련 없이 단순한 취미에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작업을 꾸준히 발표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론과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게 사적 경험과 자율적 훈련을 바탕으로 완성된 작업의 결과는 간혹 빛나는 상상력과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난 신선한 창의의 예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미 익숙한 언어적 습관을 반복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알렉산더의 작업은 엄밀히 말해 후자에 가깝다. 익숙하고 검증 완료된 친숙한 음악적 레토릭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가 표현하는 음악적 이미지 또한 잔잔한 일본식 애니메이션 영화의 한 장면과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얼핏 들으면 편안하고 계속 듣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진부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음악이다. 알렉산더의 음악은 피아노 연주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그 주변을 아우르는 전자 악기의 효과나 현악의 배경이 잔잔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2013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유지해온 매우 단순한 그의 작업 방식이며, 지금까지 발표한 음악 중 이러한 유형에서 벗어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에서 자신의 음악적 기원을 찾고 그 유형의 음악을 꾸준하게 선보이면서 나름대로 고착된 소박한 방법론이 아닐까 싶다. 없는 것을 있다고 가장하지 않고 무리해서 부풀려진 억지도 그의 음악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읽히는 진솔한 산문 같은 느낌을 준다. 어쩌면 이 대목이 알렉산더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비록 진부하다는 선입견과 맞서야 하고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순간도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렉산더는 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며 동시에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도 함께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소박함이 우리와 같은 보편적 인간에게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서가 아닐까 싶다.


2018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