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솔로 프로젝트 A Reason to Travel의 앨범. 작년에 발매된 Stay (2020)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인상적인 몇몇 사운드 텍스쳐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균일함보다는 조금은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앨범에서는 지난 작업의 아쉬움을 완전히 해소하고도 남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흔히들 포스트-록이라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장르적 경향성 내에서 각각의 뮤지션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 취하는 전략 속에서도, ARTT는 원-맨 프로젝트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한 작업 방식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듯한 노력을 이번 앨범에서 엿볼 수 있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공개된 작업 방식을 보면 NI Maschine, 28 미니 키보드, 기타 등 미니멀한 하드웨어만을 활용해 공연을 진행한다. 물론 앨범 제작에는 여기에 DAW를 이용한 시퀀싱과 오토메이션 등의 정교한 작업도 함께 병행되겠지만 ARTT의 사운드와 음악에 대한 많은 힌트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작업 특성이 반영된 ARTT의 포스트-록은 앰비언트적인 특징들을 반영하고 있으면서 서사적 구성을 지닌 진행을 보여준다. 특히 'Kingdom'이라는 표제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앨범 전체는 하나의 스토리 텔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전체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는 러스티 하면서도 차분한 텍스쳐와 톤을 이어가고 있고, 여기에 개별 테마에 맞춰 드럼 비트와 기타 톤을 미세하게 튜닝하며 이야기를 꾸며간다. ARTT의 유니크함에 대해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지닌 매력이 반감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이후의 작업도 기대될 만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 앨범이다.
20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