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아론 어윈의 트리오 신보. FSNT를 통해 발매되는 네 번째 앨범으로 Mike Baggetta (g)와 Jeff Hirshfield (ds) 등 레이블을 대표하는 젊은 감각의 뮤지션들을 조합해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데뷔 초기부터 이번 앨범 직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재즈의 형식적 정합성에 부합하는 연주를 들려줬다면, 이번 앨범은 이와 같은 기존의 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대신 데뷔 당시부터 지금까지 유지해온 자신만의 연주 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어윈의 프레이즈에 늘 항상 카운터 역할을 했던 기타가 함께하고 있어 나름의 음악적 연속성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앨범에서 어윈은 포스트-밥의 문법에 기초를 두면서도 임프로바이징의 공간과 계기의 확장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정통적인 형식적 규범에 의지하기보다는 색소폰-기타-드럼의 포맷에서 연출 가능한 인터플레이의 유연성을 보장하고 각자의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은 상호 의존성과 자율성의 관계에서 형성하는 긴장의 축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연주를 위해 준비한 기본적인 테마 자체가 지닌 정적인 모습과 달리 진행 과정에서 트리오의 연주에 의해 취합되는 합의는 다이내믹하고 상호 간의 지속적인 텐션의 자극들이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속도감의 문제가 아닌 것이, 비교적 차분한 템포로 이어지는 프레이즈 속에서도 끊임없는 상호 개입과 공간의 주도권을 둘러싼 대칭적 견인이 이어지고 있어 각각의 포지션에 따른 관계에 관한 음악적 고민과 실천임을 짐작하게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리더인 어윈의 최종적 역할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마치 문제를 제기하고 치열한 토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정리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있다. 섬세하고 신중한 프레이즈의 색소폰과 터프하고 과감한 기타에 방향성과 균형을 잡아가는 드럼의 조화는 예상외로 훌륭한 화학적 변이를 일으킨다. 역동적이면서도 서정적이다.
20180530
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