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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aron Martin - A Room Now Empty (Preserved Sound, 2018)


미국에서 활동 중인 첼로 연주자 겸 작곡가 애론 마틴의 신보. 마틴은 2000년대 중반 데뷔 이후 선보인 다양한 협업과 개인 작업들을 통해 모던 클래시컬 계열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첼로 외에도 다양한 악기들에 대한 재능을 바탕으로 기악적 정합성을 강조하는 그의 연주는 다면적인 특징들을 보이며 장르 내에서 독특한 위상을 지니게 된다. 첼로를 중심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현의 미묘한 울림과 진동을 다른 공간으로 확장시키며 자신만의 사운드와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악기들을 덧붙여 사용한다. 한동안은 다양한 악기의 레이어들이 완성하는 사운드 그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명료한 테마를 바탕으로 음악적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방식이 어쩌면 우리가 익숙하게 기억하고 있는 애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번 앨범은 Chapel Floor (2014)와 Comet's Coma (2014)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솔로 녹음이다. 또한 Christoph Berg와 공동으로 작업한 Day Has Ended (2013)와 유사한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루의 경과를 마치 일생 혹은 삶의 한 순간을 펼친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이번 솔로 앨범에서는 애론의 데뷔 초기 시절 기악적 레이어의 구성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앨범 전체 진행의 시퀀스를 염두에 둔 듯한 균일한 톤의 완성에 집중하는 동시에 개별 곡들의 표제적 성격의 부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곡의 타이틀과 그 이미지를 우리의 일상적 통념과는 다른 방식으로 묘사하여 의외성을 드러내면서 애론의 사적 감성을 반영한 듯한 흔적들도 관찰하게 된다. 모두에게 공통된 일상의 보편성을 마틴은 자신의 추억 혹은 기억을 통해 굴절시켜 개별적인 정서적 우울함으로 묘사하고 있어, 어쩌면 일반화에 의한 왜곡을 강요당하는 우리들에게 스스로를 진솔하게 바라보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것이 이 앨범을 들으며 경험하는 침울함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2018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