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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aron Parks, Ben Street, Billy Hart - Find The Way (ECM, 2017)


피아니스트 애런 팍스, 베이스 연주자 벤 스트리트, 드러머 빌리 하트 트리오의 ECM 발매작. 솔로 연주로 이루어진 Aborescence (2013)를 통해 성공적인 레이블 데뷔를 이룬 팍스가 이번에는 트리오 포맷으로 자신의 두 번째 ECM 타이틀을 발표한다. 팍스에게 거는 레이블의 기대가 반영이라도 된듯 하트라는 중량감 있는 뮤지션은 물론 드러머와 최근 몇 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스트리트를 파트너로 조합해 이번 레코딩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ECM에서 발매된 하트의 앨범 두 장과 기존 팍스의 연주를 함께 떠올려 보면 지금과 같은 트리오 조합이 무척 뛰어난 음악적 구성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이번 앨범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예측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 모두 팍스 자신의 오리지널로 꾸민 앨범은 전통적인 재즈의 언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디엄 템포 전후의 일상적 속도로 전개되는 발라드 스타일의 편안한 분위기의 테마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진행 방식 또한 기존 재즈의 형식에 기초하고 있으며 공간 구성 역시 트래디셔널 한 측면이 강조되고 있어 무척 익숙한 느낌이다. 개별 곡들이 지닌 아름다운 테마와 편안한 진행은 물론 유기적 조합이 만든 안정적인 인터플레이에 기반한 연주 또한 흠잡을 구석 하나 없다. 다만 레이블 벨류와 뮤지션들의 라인업이 만든 개인적인 높은 기대감 탓이었겠지만 이 모든 장점들이 뮤지션의 오디너리한 측면들만 강조한 결과 때문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험적 도전이나 새로움의 부재를 아쉬워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정형화된 스타일에 고착된 듯한 중립적인 태도 만으로는 자신이 지닌 유니크함을 어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선 솔로 앨범에서 보여줬던 진지한 상상력과 비교하면 불가능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좋은 친구와 훌륭한 선생님과 보내는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보는 듯한 앨범이다.


2017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