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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bélard - Rammstein on Piano (Decca, 2023)

 

두 명의 프랑스 피아니스트 Héloïse Hervouët와 Emilie Aridon-Kociolek로 이루어진 듀오 Abélard의 Rammstein 커버 앨범.

 

독일 메탈 그룹 람슈타인은 자신들의 투어 중에 피아노 듀오를 오프닝이나 합창을 위한 무대에 올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는데, 2017년부터 함께했던 Duo Jatekok이 대중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피아노 듀오는 단지 람슈타인의 원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신들의 편곡과 해석을 더하며 원곡과의 유효한 긴장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는 Plays Rammstein (2022)과 같은 앨범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람슈타인은 2022년 유럽 및 북미 투어에서 새로운 피아노 듀오와 무대에 함께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바로 엘로이스와 에밀리에로 이루어진 아벨라르이다. 이들은 Conservatoires Nationaux Supérieurs de Musique et de Danse de Lyon을 졸업했고, 이미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의 솔로이스타나 협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여러 메이저 레이블에서 각자의 성과를 선보인 경험이 있는, 클래식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축적하고 있는 재원들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현재 진행 중인 람슈타인의 투어에 맞춰 공개한 것으로, 그룹의 대표곡을 비롯해 작년에 공개한 신보의 수록곡과 발매 예정인 미발표곡 등을 고루 포함하고 있다. 앨범은 마치 람슈타인의 공연 레퍼토리에 따른 진행 순서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여, 투어를 위한 프로모션의 일부라는 생각도 갖게 된다. 하지만 아벨라르가 앨범에서 보여준 편곡과 재연의 방식은 단순한 커버라는 인상보다는, 자신들의 공간 안에서 원곡을 새롭게 재구성한 창의적 형식을 취하고 있어, 피아노 듀오를 위한 독립적인 작업으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벨라르는 두 대의 피아노가 서로 마주 보며 연주하는 듯한 공간의 재현을 보여주고 있는데, 악기의 높은 음역대의 울림이 좌우 어느 쪽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엘로이스와 에밀리오의 라인이 각각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는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둘의 역할은 연주의 진행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인터랙티브 한 연관 속에서 구체화되며, 악기의 전 음역대를 고르게 안배하여 마치 4개의 손이 각기 고유한 기능 속에서 실내악적 앙상블을 완성하는 듯한 음악적 내밀함을 완성하고 있다. 음역대와 공간 구성의 정교함을 반영한 편곡은, 2개의 피아노가 발성하는 풍부한 배음을 혼탁하거나 혼란스러움과는 전혀 거리가 먼, 온전한 형식의 다이내믹으로 표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연출하는 다양한 하모닉스의 구성은 원곡이 지닌 음악적 에너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원곡의 테마 자체가 지닌 고유한 오리지널리티는 비교적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진행에서 아벨라르만의 창의적 공간을 개방하는가 하면, 때로는 두 피아니스트의 개인적 표현도 과감하게 반영하는 유연한 해석이, 이번 커버 작업을 더욱 특별하게 완성하는 듯하다.

 

람슈타인의 대표곡을 담은 몇몇 트랙의 경우 작년에 선보인 Duo Jatekok의 작업과 비교해 보는 것도, 하나의 곡을 두 대의 피아노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뮤지션의 창의성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가를 관찰할 수 있어 흥미롭다. 엘로이스와 에밀리에 각각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음악적 도전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아벨라르의 이름으로 듀오의 오리지널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인다면, 이 또한 매우 기대할 만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202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