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이브라힘의 근작. 활동기간도 오래 되었고 워낙 다작이라 전 앨범을 다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비교적 대표적인 앨범들을 골라서 들어보더라도 이브라힘이 자신의 인종적 기원에 대한 음악적 성찰이 얼마나 깊은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앨범은 조금은 특별하다. Mukashi [昔] 라는 앨범 제목은 기존에 그가 보여줬던 여느 타이틀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갖게 한다. 하지만 앨범을 들어보면 그가 동양적 사상에 심취했다는 흔적은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기존에 자신이 관심을 기울였던 에스닉 계열의 음악적 특징을 다시금 발본화한 것도 아니다. 민속적 소재들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지만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에서 조금은 더 보편적인 형식의 음악 언어를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이브라힘은 다분히 자기성찰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 앨범들에서는 거칠고 다이나믹한 진행 속에서 마치 편안한 휴식처럼 쉬어가는 듯 전해졌던, 그리 흔치 않았던 차분한 소품들이 이번 앨범에서는 주를 이루고 있다. Cleave Guyton이라는 플루트, 클라리넷, 섹소폰 연주자와 Eugen Bazijan과 Scott Roller 등 두 명의 첼로 연주자가 함께 레코딩 라인업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의 존재감은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다. 이브라힘의 솔로 연주에 바람이 지나가듯 효과처럼 등장하고, 이브라힘은 그 바람 위에 살짝 소리를 입히는 듯한 느낌이다. 올해로 그의 나이 만 80이다. 노장이 과거를 회상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듣는 사람은 그 차분한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경건하게 해주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심각함이나 고상함을 가장하지 않아 더욱 진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201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