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재즈 바이올린 연주자 Adam Bałdych의 앨범. 아담의 연주가 지닌 음악적 견고함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애착과도 관련이 있다. 재즈 바이올린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입지 또한 남다름에도 불구하고, 아담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폴란드 뮤지션들과의 정기적인 협업을 위한 기획을 이어가고 있으며, 모국의 음악적 전통과 현대적 성과를 자신의 작업과 연관 짓기 위한 많은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지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자신의 퀸텟도 그렇고, 아담 자신이 다루는 많은 음악적 테마 또한 민속적인 특징을 반영한 예가 풍부하며, 오소독스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프레이즈를 통해서도 자신의 근원에 대한 표출을 보여주곤 한다. 색소폰 Marek Konarski, 피아노 Łukasz Ojdana, 베이스 Michał Barański, 드럼 Dawid Fortuna을 멤버로 하는 Adam Bałdych Quintet과 더불어 게스트 바이올리니스트 Agata Szymczewska와 함께 녹음한 이번 앨범은 19세기에 활동했던 폴란드의 작곡가 겸 바이올린 연주자 Henryk Wieniawski의 음악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앨범은 Polskie Wydawnictwo Muzyczne 산하 Anaklsis의 카탈로그로 출반 되었는데, 이는 이번 작업을 단순히 클래식이나 재즈가 아닌 폴란드 현대 음악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며, 아가타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제작 의도를 더욱 강하게 부각하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담은 이미 여러 계기를 통해 자국의 고전이나 민속적 테마를 자신의 음악적 모티브로 활용한 예가 있지만, 이러한 새로운 관점에서 앨범 전체를 완성하고 있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아담은 이 안에 여러 대당의 대질을 음악적으로 실현하고 있는데, 클래식/민속과 재즈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는 물론이고, 원곡과 해석 사이의 연관은 물론, 고전과 현대의 미학적 표현의 차이을 비롯해, 심지어는 바이올린 그 자체가 상징하는 시대적인 질감의 차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텐션의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중첩하고 있다. 연주 자체는 실내악적인 규범에 따라 엄밀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개방되는 자율적 공간의 활용을 통해 다중적인 표현의 계기들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또한 하나의 획일화된 구성 방식이 아닌 유연한 응용을 보여주고 있어, 각각의 곡에 맞는 해석과 재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곡은 연주의 직접적인 테마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진행에서의 자연스러운 모티브로 활용되기도 하여, 고전이 지닌 현재적인 의미를 단순히 확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치 헨리크의 음악이 지닌 모더니스트로서의 특징을 복원하고 부각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앨범에서 다루고 있는 몇몇 곡은 이미 이전 아담의 작업에서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번 녹음처럼 하나의 일관된 관점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염두에 두고 완성을 이루고 있어, 이전 해석과는 다른 느낌을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두 개의 바이올린이 보여주는 대위적인 구성도 매력적이지만,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현악기의 질감의 대비를 통해 연출되는 독특한 정서적 긴장 또한 인상적이다. 마치 모든 음악적 대당의 경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지우고 통합해 가는 듯한, 가장 아담다운 앨범이다.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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