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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drian Lane - The Fleet (Whitelabrecs, 2021)

영국 화가 겸 작곡가 Adrian Lane의 앨범. 아드리안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와 같은 실재 연주와 가상 악기의 조화에 있다. VST를 활용하면서도 이를 기존 음악적 표현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연주 악기의 특성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음악 속에서 구현되고 있어서 매우 익숙하고 때로는 고전적인 인상을 주게 된다. 여기에 현대 작곡의 요소적 특징을 반영한 그의 음악은 다면적인 해석이 가능한 정서적 반영은 물론 세밀한 묘사적 특징까지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엄격한 실내악적인 규범 속에서 펼쳐 보이는 듯한 스텐스를 보여줌으로써 감정의 밀도와 흐름에 지속적인 텐션을 유지하는 듯한 모습으로 드러나게 된다. 특히 이번 앨범의 경우 어떤 특별한 주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정서 이면의 감정에 충실한 사운드의 배열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아드리안의 음악적 매력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한 'The Fleet'아라는 타이틀에 붙여진 정관사는 마치 무상함이나 덧없음을 명사화하는 동시에 그 감정을 마치 타인의 시선에서 관조하는 듯한 작곡가의 태도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서정적인 곡들은 마치 서사적 플로우에 이끌려 한 편의 내러티브를 구성한다는 느낌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현악의 특징들이 강조되고 있고, 특히 그 섬세한 텍스쳐의 표현에 많은 정성을 기울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현의 질감은 음악적 정서를 반영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고 많은 곡에서 스트링의 라인이 전개를 이끌어가는 주요 모티브로 이용되기도 한다. 연주 악기와 VST의 구분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사운드는 어쿠스틱의 벨런스에 맞춰져 있으며, 이처럼 익숙한 음향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정서적인 몰입을 편안하게 이끌기도 한다. 세밀하게 조합된 사운드의 레이어링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인 감정의 총량에서는 균일함이 강조되어 있어 무척 안정적인 느낌을 전한다. 아드리안 자신의 커버 아트가 전하는 고유한 질감이 음악으로 표현된 것처럼 느껴지며 서정과 서사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