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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ES Dana - (a) period. (Ultimae, 2021)

프랑스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Vincent Villuis의 솔로 프로젝트 AES Dana의 앨범. 뱅상은 Ultimae 레이블을 장르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한 설립자이면서 40년 가까운 음악 활동 기간을 통해 다운템포, IDM, 테크노는 물론 실험적인 음악적 시도를 통해 전자음악의 지평을 확장한 주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뱅상의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도 AD는 마치 그의 음악적 총체성을 상징하는 듯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일렉트로닉 내의 다양한 장르적 경향성들을 하나의 언어적 표현으로 종합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AD 음악의 특징 중 하나는 진행 속에서 일련의 내러티브적인 구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이는 하나의 공간 속에서 균일한 애트모스피어를 이어가며 그 안에서 다양한 변화의 모티브를 발견하는 방식과는 달리 하나의 곡 안에서도 다양한 앰비언스가 연출되고 그와 관련된 복합적인 장르적 표현들이 개입한다. 이는 마치 6-7분 동안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임팩트 있는 결말을 유도하는 짧은 단편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각각의 트랙마다 담긴 음악적 스토리 또한 다채롭기 때문에 변화무쌍하게 색과 이미지를 바꿔 간다. 이는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진행을 통해 제공되는 디테일한 이미지들은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같은 유형의 사운드라고 하더라도 공간적 특징이나 진행에 따라 서로 다른 리버브와 텍스쳐를 통해 상이한 묘사적 표현으로 진화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외형을 지닌 음향들 사이의 관련 또한 다양하게 구성함으로써 대치와 조화 사이의 긴장을 탁월하게 연출해내기도 한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내러티브적인 특성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는 핵심이기도 하다. 가사 없이 사운드와 효과만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시네마틱 한 분위기를 더욱 정교하게 완성한 뛰어난 믹싱과 후반 작업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레이블에서는 자사의 음악들을 고해상도 음원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AD의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과 뛰어난 퍼포먼스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10709